몇 년 전, 학원가기가 그렇게도 귀찮아서, 무작정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들렀던 서점에서 무심코 잡았던 책이 바로 “ TV 동화, 행복한 세상 ” 이었다. TV에서 나긋한 목소리와 따뜻한 그림이 어우러져 감동을 전해주는 프로그램을 접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서, 이리저리 책을 고르던 내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그 때 그 책이, 부모님께서 비싼 돈 들여서 보낸 학원을 빠지고 할일도 없이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던 내게 회초리 같은 소설이었다고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침 또 그 때 읽었던 이야기 부분이, 가난한 형편에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바깥에서 생선을 파시는 어머니의 이야기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 이야기를 보고, 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반성하게 되었고, 가슴 깊이 느껴지는 감동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책을 구입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이렇게 여섯 번째 이야기를 접하고 나니 문득 그 당시의 감정과, 따뜻한 마음이 일어나는 듯 했다. 별로 많이 흘러버린 시간도 아닌 것 같고, 아무 생각 없이 보내버린 시간, 그리고 벌써 여섯 번째 이야기라니. 시리즈 이야기들은 대부분, 갈수록 진부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괜히 처음과는 다르게 의도하지 않게 재미와 감동이 반감되기도 하는 것 같은데, 바람 부는 차가운 이 날씨에 딱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저마다의 힘들고 어려운, 혹은 여러 가지 사정을 품에 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요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담당하는 분께서 성격도 별로 좋지 않으시고, 이래저래 너무 많은 잔소리를 하시는 터라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받고 있는 터라, 세상 살기 참 힘들구나, 별 사람이 다 있구나, 싶은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읽어 내려가면서 주변에 그래도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그런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제일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손가락 장애를 가진 남자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손가락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자신을 떠나 버리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숨기다가, 양손에 장애를 가진 그녀의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에 다시 만나 청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할아버지의 운전면허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었고.

 어쨌든, 따뜻한 이부자리 위에서 좋아하는 귤이나, 군고구마를 까먹으며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