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왕 연대기 3 <윈터 킹, 에너미 오브 갓, 엑스 칼리버>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전래 되어 내려오는 동화를 들었었던 것 마냥 기억 속에 가물가물 - 했었다고 해야 할까. 군데군데 - 큼지막한 단어들과 에피소드만 생각이 날 뿐, 사실 자세한 이야기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뭐, 깊숙한 땅 속에 턱 - 하니 박혀있는 큰 검을, 다 큰 어른들도 큰 힘을 가진 사람들도 뽑지 못하는 그 큰 검을, 소년 아서라는 인물이 뽑아내고 점점 - 크면서 군림하는 왕이 되어가는 이야기 정도 ? 픽션이기 보다는 정말로 그 과거의 현실 속에 존재하고 있었던 역사 속의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 점점 - 크다가 여러 정보들을 접하면서 정말 현실만 같은 이야기 속의 인물이구나, 고개를 끄덕 - 이게 된 것 같은데 - 물론 여러 곳에서 실존했었다, 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으니까 - 뭐랄까,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마치 오래전 어딘가에 아서왕이 있었을 것만 같은 그런 현실감을 느끼게 만들어 준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아서왕 연대기 3부작. 주인공이 점점 왕으로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군데군데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섞여 긴장감과 흥미로움을 불러 일으켜 준 이야기.

 

워낙 유명하고, 다른 사람들의 입으로 손으로 각색되어 온 이야기이다 보니 그 이야기가 또 다시금 어떻게 각색되어 담겨져 있을까, 하는 기대감과, 큼지막하고 유명한 이야기 빼고는 아는 것이 없는 터라 그 색다른 이야기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읽어내려 갔었던 것 같은데, 뭐랄까, 그 전에 그나마 아주 약간은 알고 있었던 아서왕의 이야기와는 다르다고 해야 할까, 색다른 이야기들과 아서왕과 그 주변 인물들의 성격들이 등장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 뭐, 예를 들어서, 간간히 들어오고 봐왔었던 아서왕에 대한 이미지는, 땅속에 박힌 검을 빼낼 정도의 다부진 힘과 건장한 체격, 주변의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박력 있는 리더십과 세심하고 사려 깊은 성격, 약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동정심과 따뜻한 마음 등 사람으로서, 기사로서, 왕으로서, 가져야 할 모든 조건을 가진 완벽한 왕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아서왕 연대기에서는 물론 그런 이미지도 비춰주고 있었지만 좀 더 인간적인 아서왕의 모습을 많이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가져야 할 것에 대해 보이는 엄청난 집착이라던가, 밑의 기사들을 대할 때의 냉정한 모습이라던가, 완벽주의자 아서왕이 아닌 다른 사람들처럼 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화를 내고 하는 등의 생각지 못했었던 세세한 아서왕의 모습이 신선했다고 해야 할까.

 

색슨 족의 침입과 그로 인해 분열된 브리튼 왕국의 평화를 바로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서왕의 이야기가 세세한 묘사들로 담겨져 있어서 마치 눈앞에 펼쳐진 것 만 같은, 그 이야기를 나름 상상하면서 읽으니까 더 와 닿았던 판타지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세 권의 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

 

정말 현실 속에 존재했던 인물이다, 아니다, 라는 말이 이래저래 참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여러 정보들과 이야기로 더해진 아서왕의 일대기는, 정말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서 아서왕은 정말 존재했었다, 라는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나싶다. 그만큼 이야기도 탄탄했었고 묘사도 세세했었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나름 상상하면서 읽어가기 재밌고 편했었던 것 같고. 기억 속 저편에 있었던 아서왕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한데 묶어준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