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는 책이었다. 그냥 재미로 넘겼던 방송들의 사람들이 잘 알아채지 못했던 부분부분 숨겨져 있던 생각들과 그 바탕을 이루는 관념의 기저들에 대해 새롭게 알고 느끼게 되었다.

 

 거의 나 스스로 생각하고 의문을 던지기 보다는 작가의 생각들을 거의 수용하는 식으로 편하게 한 장, 두 장 책을 읽어나갔다. 예능 프로그램을 자주 보지 않아서 생소한 이름도 있었으며 몇 번 시청한 적이 있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어도 예시로 나온 방송 내용을 잘 몰라서 사실 책 내용이 별로 잘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광고도 그렇고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나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만한 곳에는 정말 다양한 전략이 구사되어 있구나를 느끼게 되었고 타인의 생각에 지배받지 않으려면 그런 전략들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겠다 싶었다.

 

  사실 방송을 보고 있으면 그 방송의 상황에서 빠져나와 그 상황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 대해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시청하고 있는 방송의 상황들에 동화되고 연예인들에 대해 동조하며 감정이입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방송을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놀라웠다. 그리고 대중매체의 위험성, 특히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 프로그램들이 아이들에게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은 나이가 어릴수록 본인의 주체성이나 관점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타인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타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향이 강하다. 내 주변의 초등학생들도 말할 때 개그콘서트 꺾기도의 ‘~다람쥐’ 말투를 붙여서 말하거나, 주변의 또래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한 학년 위의 학생의 말투나 행동을 금세 학습하고 따라한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사람들의 재미를 위해 대부분 상대를 공격하는 말, 남을 비하하고 깔보는 행동들을 하고 그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웃어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그러한 행동들이 주변의 호응을 유도할 수 있는 긍정적인 행동으로 인식할 수 있게끔 하는 여지를 충분히 남긴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예능 프로그램이 굉장히 재밌고 몇 개는 즐겨 볼 정도로 좋아한다. 또 일반인에게 예능이 오락성이나 재미의 측면, 주변 사람들과의 공통적인 흥미를 찾고 대화 주제를 이어나가는 데 기여하는 역할 등으로 봤을 때 예능은 프로그램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예능은 편집효과나 기획력으로 사람들이 쉽게 집중하고 빠져들기 쉬운 특성과 그 연예인들의 행동과 생각을 내면화할 수 있는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특정 관점만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