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슬픈 내용이다. 거기다 표지의 저 아래로 내려뜬 난 정말 몰랐어요 하는 눈이 슬프게 보인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혹자는 그랬다.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고. 그게 이 가족의 참상을 불러왔는지도 모르겠다.

보험사기에 관한 뉴스가 심심찮게 사회면에 등장하는 것을 본다. 물론 쉽게 돈을 벌기 위한 철저한 계산때문에 자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살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저지르는 사기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조인근네 가정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 가정이 흔들리게 된 것은 가장인 아버지의 돌연사때문일것이다. 아마 그들에게 가장의 부재를 애도하고 서로 자신을 추스를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가 있었더라면 결코 그들의 불행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공금횡령사건때문에 그들은 야반도주하듯 이제껏 살았던 공간을 떠나야 한다. 그런 위기감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어두운 현실을 외면하지 못한다. 이모인 그리고 보험설계사인 변인숙이 저지르고 있는 보험사기에 가담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묵인하는 인근의 어머니. 옛날 우리네 엄마들은 당신의 입에 들어가야 할 밥알 한개라도 아껴 자식들을 위해 먹이는데, 과연 이 어머니는 한명이라도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말을 되뇌이며 큰아들의 희생을 왜 못본척 했던 것일까. 힘들더라도, 인근의 고통을 한번쯤 다독여줬더라면 어떠했을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각각 자신들만의 이유로 부정과 사기행각을 못본척 했던 것이다. 추악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대학이라는 핑계를 대고 도망쳤던 인호가 자신의 형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고, 그에게 그만하라고 했더라면 그 둘은 결코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그냥 서로를 아끼는 형제로 남았을 것이다.

인근은 자신의 몸이 계속 피폐해지는 그 순간에도 어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어루만짐을 바랐을 것이다. 개개인의 인생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기에 결코 자신이 아닌 그 누구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희생되어서도, 또 그의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인근의 어머니를 비롯해 그들 가족 모두가 인지했더라면 이런 처첨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봤다.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어떤 이는 운이 나빠 살인자의 가족이 되고, 어떤 이는 운이 나빠 피살자의 가족이 되고, 또 어떤이는 살인자의 가족인 동시에 피살자의 가족이 되기도 한다라는 말이 너무 슬프게 들려왔다.  그러면서 결코 모든 상황이 흑백논리로 확연히 분리될수만은 없겠다 하는 생각도 하며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