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수현이라는 작가는 알면알수록 재미난 것 같다. 압구정다이어리를 난 이제서야 읽었다. 이상하게 최근작인 <그녀가 죽길 바라다>를 너무 재미나게 읽어 역순으로 되짚어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정말 압구정에 가보고 싶다. 바람부는 날이든, 맑은 날이든, 비가 주룩주룩 오든 상관없이 무작정 정말 이렇게 잘나가는, 잘생긴, 멋진 인간들을 보기 위해서 나들이 가고 싶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절대 쉽사리 다가가서는 안되는 동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클럽에 들어갈때도 문입구에서 복장검사를 받아야 한다니... 그리고 스타일이 영 꽝이다 싶으면 아예 입구에서부터 원천봉쇄를 당하다니.

그리고 몇십억짜리 차를 젊은 친구들이 멋들어지게 몰고 다니지 않나, 몇백만원짜리 백을 일시불로 사지를 않나, 50만원짜리 크림을 아침 댓바람부터 달려나가 사지를 않나 정말 놀랄 노자였다.

그렇지만 대리만족을 할수 있어서 그랬을까? 머릿속으로 참 많은 상상을 하며 읽게 되었다.

그리고 흔히 여자들의 우정은 별것 아닌것처럼 치부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단코 이러한 칙릿소설에서조차 여자들의 우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을만큼 소중하고 끈끈함을 보여주고 있어 더 좋았다.

이 책에 소개된 레스토랑과 커피숍을 정말 꼭 한번 순방해보고 싶다. 그리고 연예인들을 봐도 아주 잠깐 으악! 하고 놀랄뿐이지, 결단코 그들에게 사진을 찍자고 한다거나 사인을 요청하지 않는 쿨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 참 멋지다. 나도 물론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들을 만났을때 사인을 해달라 요청하지는 않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말을 꺼내는것 자체가 부끄러운 내성격탓이지, 마음 저 밑바닥에서는 악수도 해보고 싶고 사인도 해달라 하고 싶고, 사진도 찍자 하고 싶다.

지현,지안,유라의 연애에 대한 생각과 남자를 고르는 감각도 참 다양했다. 역시 10인10색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것이 아니다.

그리고 지현은 섹스앤더시티에 나오는 캘리 같기도 했다. 남자를 사귐에 있어서도 은근히 가리고 볼것 다 보며 선별했고, 또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나서는 용기도 보여주고.

지현과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다 결국 지현이 헤어지자 했던 상준이라는 남자도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지현의 마음은 동원에게 가버렸지만.

동원도 멋있기는 했지만, 상준같은 바람둥이들이 오히려 나중에는 한여자에게 올인하며 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지현의 모든 속내까지 알면서도 그자체를 사랑하는 남자가 상준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 봤다.

어찌됐든 이 여삼총사들의 클럽나들이, 쇼핑행태, 네일아트에서 온갖 수다를 떨며 색깔 고르는 것, 명품 브랜드를 고름에 있어서의 차이점, 남자를 선택할때 우선시하는 부분등등을 읽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후딱 읽어낼수 있는 재미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