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기 위해 비우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왜 그렇게도 움켜쥔채 놓을 생각을 못하는지. 머리로는 분명 생각하고 있는데도 쉽지 않다.

원래부터 정리를 깔끔하게 잘 하지 못했다. 아니... 정리를 한다기 보다는 사용후 바로바로 제자리에 놓곤 하는지라, 그닥 어지럽혀놓고 산 기억이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은근 관심가는 분야가 많아지고, 그만큼 비례하여 거기에 관련된 물건들이 하나둘씩 늘어났고, 이제는 결혼해서 아이들까지 있다보니 아이들 물건까지 하나둘 늘어났다.

제아무리 수납공간을 백분 활용하려 해도, 이제는 용량초과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워낙 둘째 꼬맹이는 펼쳐놓고 소꼽놀이 하고, 또 그림그리고 글 쓰고 하는 통에 제어가 안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랬다. 물건을 100개만 남기고 다 버리는 프로젝트를 실행해보라고. 그리고 물건에도 기가 있어서 사용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언젠가는 쓰일데가 있을거라는 이유 하나로 계속 소유하고 있다보면 그 물건 자체에서 나쁜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에 덩달아 우울해지고 침체될수 있음을 경고했다. 읽다보니 진짜 그런 것 같다.

물론 아예 없는 것보다, 부족한 것보다 풍족한 상태로 만끽하며 사는 것이 어쩜 부유해보이고 풍요로워보이고 있어보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굳이 필요치 않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남의 눈을 의식하며 챙기게 되다보면 나 자신이 불편한 욕망의 노예가 될수 있음을 알라고 강조도 하고 있다.

책의 내용중에 옷을 보관하는 장소가 침실이라면 그 부분부터 덜어내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 침실이 있는 곳에 붙박이장이나 장롱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옷은 침실과 가깝게 자리할수 밖에 없는데 물건버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계획했으면 그곳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우리가 버려야 하는 물건들의 70%가 옷과 관련되기 때문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다.  나 역시도 아마 책 다음으로 가장 많은 욕심을 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또 마음에 들어 구입한 옷인데, 갑작스럽게 늘어난 살때문에 못입는 옷이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다이어트에 성공해 기필코 이 옷을 입고 말리라라는 다짐을 하게 되어 지금 당장, 그리고 1년 이상 입지 못한 옷인데도 끌어안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사물과 공간을 관통하는 기가 있으며, 기의 원활한 순환을 위해서라도 막힘없는 길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기의 순환을 위해서 지금 당장 쓰임새가 없는 장애물때문에 기의 흐름을 막지 말라는 것이다. 약간 멈칫하게 되는 대목이기는 했지만, 나름 일리가 있어 보였다.

요즘은 시간을 보낼수로 단순하게, 천천히 사는 삶이 얼마나 여유로운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단순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건을 소유하려는 방향에 집착하지 말고, 좀더 가치있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화두를 제시한 것 같다.

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버리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고, 또 지금 당장 필요없는 물건에 대한 집착 역시도 홀가분하게 버려야만 정리의 단계에 오를수 있는 기본자세임을 깨닫게 도와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