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미드를 즐겨보는 편이다. 특히나 CSI와 크리미널마인드의 광팬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은 바빠서 주춤하지만.

그렇지만 그 사건마다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들의 형태들을 보면, 도대체 왜 어쩌다가 라는 수식어를 내뱉게 된다. 선천적인 것보다 후천적인 영향력이 더 강하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악조건속에서도 그렇게 극단적으로 변모하는 경우는 드문것 같은데도 그들은 너무나도 성격이 피폐해있었다. 안쓰럽다 생각될때도 있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채 죽음과 예고되지않은 만남을 가져야 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황당할 정도였다.

이 책의 저자 이력이 특이했다. 대부분 전직경력을 토대로 소설가로 변신하는 경우는 많지만, 현직 강력팀 형사이면서 글을 쓴다는 것을 꽤 힘들텐데, 이 저자는 해 냈다.

서울에서 좌천되어 내려온 하태석형사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는 지극히 평화롭게 보이는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심상치 않은 범죄의 기류에 휩싸여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그렇지만 항상 조용히 살고자 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뭔가 특출난 행동을 하고, 상대에게 자신과 같은 사고방식을 강요하게 되면 그 사람은 배척시되기 마련이다. 하태석형사의 수사방법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아, 그를 왕따시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어디서든, 어떤 공간이든 그 형성된 집단의 성격과 다른 사람은 왕따되기 쉬운것 같다.

납치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도끼로 살해하고, 태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게 절대 현실속에서 일어날수 없는 상상속의 설정이 아니라, 정말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시간대에 일어났던 사건을 인용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인간에게 가장 잔인하게 행동하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다른 생명체가 아닌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떠오르는 순간이다.

한번 생각의 틀이 비틀리게 되면 그 사람은 올바른 사고방식으로 돌아서기가 힘든 것 같다. 권선징악이 이뤄지지 않고, 사회의 냉대와 무시때문에 올바른 성장을 하지 못한채 자신이 침묵하고 외면하고 무능한 신을 대신하여 배부른 돼지들을 없애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코패스.  어쩜 그가 저지르는 범죄의 대상이 원래 자신이 의도했던 대로 그냥 맹목적으로 부만을 쫓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주변을 돌보지 않는 사람에게 화살이 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무 힘없고 오늘을 그냥 살아갈 뿐인 아무 빽도 없는 인간들이 피해자였다는 것이 더 황당스러웠다.

또 애써 용의자를 검거했지만 확실한 증거불충분으로 풀어줘야 할때 형사들이 얼마나 크게 좌절할지를 느끼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외면한채 용의자를 계속 범인으로 몰아붙이는 하태석형사를 응원해줘야 할 내부자들이 반대편에 서는 모습을 보면서는 답답증이 생겼다. 어찌됐든 하태석은 주변의 차가운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있게 자신의 수사력을 펼치게 되고, 그과정에서 또 애꿎은 여동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쯤되면 아마 내 가족을 위해 자신의 소신을 내려놓을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지적질할수만은 없다고 보지만... 아무튼 태석은 이제 범인도 잡아야 하고, 여동생도 구출해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이 책은 범인과 하태석간의 심리전과 함께, 서로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어가는 장면들이 묘사되고 있다. 이 한편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호응도가 좋으면 아마 하태석형사의 사건추적이 계속 시리즈화될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