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한 책을 읽었다.

솔직히 나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무섭다. 이상하게 나이가 들면서부터 얼토당토 않은 상상을 하게 된다. 내가 만약 죽었고, 그래서 땅에 묻혔는데, 갑자기 정신이 들면 어떡하지 하는 상상과 죽음이 임박했는데 너무나 살고 싶어 가슴이 미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상상을 할라치면 갑자기 소름이 끼친다. 그래서 애써 그러한 주제는 피하게 된다.

그런데 설때 친정에서 발견한 이 책을 결코 무시할수 없었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천재 마술사 였던 이튼. 그는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가 되었고, 어떠한 것도 자신의 의지대로 행할수가 없다. 기저귀를 차고 있지만 그것을 감지할수도 없을 정도이니, 이튼의 절망이 어느정도일지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안락사는 아직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나도 안락사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을정도로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감히 이야기를 못하겠지만 이튼의 삶만을 봐서는 이튼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튼이 국가에 안락사 청원서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대 파란이 일어난다. 삶 자체를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니냐는 쪽과 이튼의 자존감을 위해 그의 뜻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하는 쪽으로.

세상과 벽을 쌓은채 상처받은 영혼의 눈을 가지고 울부짖는 이튼을 처음 봤을때부터 소피아는 어떻게든 이튼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은 폭력남편에게 숱한 학대를 받으면서도 상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고까지 하는 소피아의 모습은 정말 백의의 천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었다.

찬반으로 나뉘어 안락사 청원에 대한 의견이 진행되는 가운데, 결국 이튼의 청원은 기각되어 버린다. 자신의 선택이 범법행위가 될지언정, 이튼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싶은 소피아는 결국 안락사를 본인이 직접 시행할 계획을 세우고, 소피아와 이튼은 서로의사랑을 확인한후 부부가 된다.

이튼이 삶을 포기한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그렇기에 난 이튼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자 결정하기 까지 얼마만큼의 고통스런 심적갈등을 겪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이튼의 엄마가 아들의 의사를 존중해달라고 울부짖는 모습에서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세상 그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하지만, 그 아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수 없음을 알기에, 그리고 아들의 고통을 알기에 피눈물을 삼키며 아들의 청원을 받아달라고 외칠때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너무나도 슬픈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넘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