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님의 책을 읽을때마다 드는 생각은 참 어렵게 생각됐던 문제들을 쉽게, 이해하기 용이하게 바꿔 설명을 잘하시는구나다.

어느날 갑자기 그리스도인이 되어 신학공부를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셨을 것이고, 또 딸에게 일어난 불행한 일을 두손모아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얼마나 절실함을 느꼈는지 알기에 그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진솔하고, 사람내음이 물씬 나는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고, 또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하게 차지하고 있는 성경이지만, 모든사람이 일반 소설을 읽듯이 쉽게 휙휙 넘길수 있는 책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이어령 교수님은 자신의 문학교수로서의 경력을 제대로 보여주신다. 성경을 쉽게 읽을수 있는 문학작품으로 바꿔놓으신것이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을 다 그렇게 하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일단 이번에 만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라는 책은 성경에 담긴 단어들을 소개하며 시학적 수사법에 유의하여 읽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외국원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와 단어의 범주가 가리키는 범위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해 어색하게 들릴때가 간혹 있다. 성경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빵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우리가 간식이나 가끔씩 주식으로 먹고 있는 빵의 의미와 전혀다름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성경속의 빵은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생활요소를 함축적으로 다목 있는 의미이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날이나 잔치날에 우리가 먹는 빵과 떡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원리인데, 아직껏 난 그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단지 주기도문을 외울때마다 나오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를 아무 생각없이 그냥 읊조렸던 것 같다.

빵이라는 단어 한개에 담긴 문화적 구조도 이럴진대, 성경속에 등장하는 상황이나 그 당시를 묘사하는 배경을 그저 서술하는 그대로 이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느껴봤다.

이밖에도 눈물, 새, 꽃, 아버지, 탕자,집,목수,낙타와 바늘귀,포도등 성경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들을 새롭게 해석하며 성경을 읽을수 있게끔 아주 쉽게 이야기를 풀어놓은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깨닫게 도와준다.

난 집을 설명하는 내용중에 <초가삼간>에 대한 이야기가 참 가슴에 와 닿았다. 아파트는 아무리 넓어도 삼대가 살기 어렵건만, 초가삼간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해석.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얀 책 표지때문인지, 아니면 성경과 관련된 바이블시학이라 칭해진 책이라 그런지 몰라도 아무튼 함부로 책장을 휙휙 넘길수 없는 위엄까지 내비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