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배경은 학교교실이고, 연령은 어린이지만, 그들이 펼치는 행동과 심리는 마치 어른의 세계를 빗대고 있는 듯해 많은 반성을 하게 했다.

아이들은 무섭다고 이불을 뒤집어쓸지언정, 귀신이야기나 호랑이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책의 작가도 어린시절 보았던 <구미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라고 한다.

공부도 못하고, 여드름이 있고, 땀냄새까지 심심찮게 풍기는 지극히 평범한, 어찌보면 평범보다 좀 떨어지는 듯한 영재가 주인공이다. 공부를 못한다고 하여 차별대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던 영재가 나중에는 어쩔수 없이 자신도 그러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니 씁쓸했다.

어느날 영재반에 전학온 머루.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머루가 고맙기만 한 영재.

머루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색깔별 구슬이 등장하고, 그 구슬의 힘으로 차츰 외모도 성적도 급상승하게 된 영재. 그렇지만 영재는 자신을 도와주는 머루를 한순간에 매몰차게 외면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머루가 건네준 구슬을 삼킬때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가 해결됨에 희열을 느끼면서도 마냥 신비롭고, 섬뜩하다고 생각이 드는 머루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영재.

자신이 가진 구슬을 건넴으로써 머루는 차츰 모습도 비루해지고, 힘도 빠져나가고 조금씩 아프게 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현대판 구미호 이야기인 내여자친구는 구미호(?)가 연상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즐겁게 공부하고, 뛰어놀아야 할 학교라는 공간에서 경쟁의식에 사로잡히고, 또 남을 이겨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있는듯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지 않나 싶어 한없이 안타깝고 씁쓸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