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하면서도 왜 가야 하는지 정말 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다른 선택처럼 여행에 대한 갈구도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정도가 아닌지 늘 내 갈구에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산티아고에 대한 갈망이 가슴 속에 사무치게 올라왔다. 한 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휴가를 낼 자신이 없어 10년 후 정도로 미뤄두면서도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알베르게에서 집단으로 자고, 씻고 할 것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도 하지만...

  파울로 코엘료가 이 길을 걷고 나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고, 수천 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순례한 길이라고 하지만, 이 작가는 특별한 감동 없이 여행이 끝났다고 했다. 이 지점이 내 마음에 들었다.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면 인생이 바뀐다고 하여 갔더니, 어차피 내가 가진 것 안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별로 못 느끼고 왔다. 그래서 한 달의 긴 여정을 쏟고도 아무 것도 못 느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스물 일곱 살 독일청년 스테판은 이렇게 말했다. " 여행이 내게 무엇이었는지는 여행이 끝나고 한참 지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 그래, 여행이 끝나는 그 지점에서 아무 것도 못 느껴도 되는구나. 한참 지난 뒤에 내 인생에 조금 스민 그 여행의 향기가 남아있음을 알 수 있겠구나.

  나는 오늘부터 10년 적금을 들어 산티아고로 조금씩 가겠다. 물론 중간에 돈과 시간이 함께 생기는 행운이 온다면 바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