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서운한 일이 있어 뾰루퉁해서 마음을 닫을까 하다가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바꿨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당연하고 지루하게 느끼던 많은 것들이 눈물나게 그립고 소중한 것은 아닐까.

  서른이라는 나이에 돌 지난 아기를 남겨두고 가야 하는 엄마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런 엄마의 눈으로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노라니, 열 세 살까지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고 볼살을 만질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목표를 세우고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어진 하루와 주어진 체력에 맞게 보통으로 살아가도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혹시 패배자의 궁색한 변명이 아닐까 두려워하기도 하면서.

  우리 삶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어떤 길이 옳은지 어떤 길로 갔어야 하는지 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좋은 씨앗을 뿌리며 살고 싶다. 위지안이 어린 시절 32위안의 돈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W가 10년 후 위지안에게 연락을 해 왔다. 시골 소녀에게 주어졌던 그 돈이 그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삶의 기회를 주고, 현명하게 살 수 있게 해 주었는지에 대해 감사해 하던 모습을 읽으며 나의 작은 도움으로 조금 더 행복해지는 사람이 생기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지안을 사랑하는 가족들의 따뜻한 정성이 감동스러웠고, 위지안과 함께 삭발을 했던 남편의 마음씀에 놀라웠다. 마지막까지 주어진 삶을 웃음과 행복으로 채워나갔던 위지안의 용기에 내 마음도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위지안이 남긴 '암에 걸린 이유'를 읽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육식 안 하기, 잠 잘 자기, 좋은 공기 마시기, 벼락치기 안 하기 -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치지 말고 위로하고 다독여주며 살아야겠다. 위지안, 안녕,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