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미국은 우리나라 보다 교육이 발전한 곳이니까 우리나라 공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겠거니 했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교육은 너무나도 열악했다. 교육 뿐만 아니라 문화, 경제 등 많은 부분이 수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서울 공화국’이라고 까지 불리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의 내용은 내가 처음 예상했던 선진적인(?) 교육방법의 제시라기 보다는 무능한 교육공무원과 교장, 교사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미쉘리의 전투적인 활약상에 대한 것이었다.

 

미쉘리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아이비리그 출신답지 않게 빈민가 아이들의 교사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불도저와 같은 천성과 뚝심으로 빈민지역 아이들의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에드리언 펜티 시장의 지명으로 워싱턴 D.C 교육감으로 임명되기에 이른다. 그녀는 워싱턴의 열악한 교육환경이 아이들이나 그들의 부모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교사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능력없는 교사들을 해고하는 것으로 공교육 개혁의 첫발을 뗐다. 이것은 후일 미쉘 리가 교육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 이유가 되었고 교육감 재직시절에서 부딪혔던 수많은 갈등의 도화선이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교육계 인사와 학부모, 교원 단체들의 갈등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갈등은 일반 대중들의 눈에 비생산적이고 자기 이익에 연연한 싸움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적당한 타협으로 갈등을 마무리하고 교육책임자가 바뀌는 것에 따라 교육정책 또한 무수히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쉘리의 공격적인 성향은 우리나라 교육행정가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닌가 한다. 공격적인 성향은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미쉘 리에게 있어서는 긍정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미쉘 리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공격적으로 토론에 임했던 이유는 ‘이것이 아이들을 위한 최선인가?’라는 질문을 토대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질문의 답에 위배되는 어떠한 정책과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과 대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차기 교육감으로 자리를 유지하면서 교육개혁을 온건히 진행하기에 미쉘 리가 바라보는 워싱턴의 교육 상황은 너무나도 열악했고 그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자신의 입지보다도 지금 당장의 변화가 절실했던 것이다.

 

미쉘 리의 이야기에서 본받을 수 있었던 점은 교육행정가로서 분명한 자기 색깔과 흔들림 없는 자세였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이런 교육자가 있기나 한 걸까 하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이런 교육자가 있다한들 보수적인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이런 인물을 키울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워싱턴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미쉘 리의 정책을 우리나라에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의 많은 지역에서 만연했던 ‘교육의 문제는 아이들로부터 비롯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던 미쉘 리의 도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동양인이며 여자이며 타협을 모르는, 때로는 독선적이기 까지 했던 미쉘 리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아이들의 교육권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교육적인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가나 교육계 인사들은 저마다 그럴듯한 공약을 내세우고 얼마 못 가서 그 공약들은 잊혀진다. 그들이 정말 가슴에 품어야할 중요한 사실은 ‘아이들’이다. 자신들의 영달과 명예를 위해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장차 교육계를 이끌어갈 초보교사나 교사를 꿈꾸는 이들, 교육계 종사자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미쉘 리의 개혁과정을 너무 자세히 다루고 있어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 내용이 가리키는 바는 일관되게 ‘아이들을 향한 믿음’이라는 점에서 교육자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 보아야할 책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