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이 처음 출간된것이 꽤 오래전으로 기억한다.

(2006년 3월에 네이버 오늘의 책에 등록되어 있는것만 봐도 그렇다)

나는 서점에서 이 책을 봤던것 같은데, "파이 이야기" 제목때문에

경제 경영 서적이라고 혼자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뭔가 분배와 성장 같은;;

"파이를 키울것인가 나눌것인가..." 이런것 말이다.

당시에는 표지에 영화를 곁들인 광고 조차 없었으니까.

이안감독이 만든 3D 영화로 파이이야기가 올해 개봉했고, 아마 책은 그래서 다시 광고되기 시작한듯하다.

영화 광고조차 제대로 못봤지만, 이제서야 호랑이와 배에 함께 있는 소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백경을 잇는 소설이라는 말에 마음이 혹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라는 책 뒷장의 한문장에 선택.

 

#2.

아주 간단하게 이 책을 소개하면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16살의 파이의 가족들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되고,

캐나다로 향하던 배가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침몰하고 파이 혼자만 살아남아 구명보트에 우여곡절끝에 타게되지만,

구명보트에는 얼룩말,하이에나,오랑우탄,그리고 벵골호랑이가 있다.

그 배를 타고 227일동안 태평양을 표류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이 이야기가 실화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 다음은? 그래서? 헉? 그래서? 이런 마음이

계속 생겨나며 함께 절망하고, 함께 일어서는 그런 마음으로 읽어내렸다.

다만 내가 구명보트에 대해 자세히 그려내질 못하는것이 흠이었다.

나름 자세하게 길이까지 묘사해서 나타내는데, 배의 구조를 잘 모르니 이게 이부분인가; 이게 그건가; 싶어서 좀 아쉽다.

이래서 상상력도 발휘되려겨든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3.

파이의 종교관이 흥미로웠다.

힌두교 문화인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기독교와 이슬람교 모두를 믿고싶어한다.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라는 16살 소년의 소망은

"신"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느껴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종교인들이 잊고 있는 "신"을 사랑하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이 이 한문장에서 되살아 나는것 같다.

꼭 한가지 종교를 고집하고, 종교간의 이유로 서로를 죽이고 싸우는 현대판 "종교전쟁"에서

이미 우리는 "신"과"나"의 사랑관계를 잊고 있는것은 아닌가.

"신에 대한 사랑이라는 나만의 변질된 이유"로 "신의 사랑의 방식과 전혀 다른 사랑"으로 서로를 죽이고 미워하는것이 아닌가 말이다.

긴 표류 시간동안 신을 원망하고, 기도하고, 의지하며 파이는 정신적인 고통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다.

결국 험난한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방향과 목적을 잃고 표류할때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종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4.

일본에서 나온 조사관들과의 이야기를 나누지만 호랑이와의 표류이야기를 전혀 믿지 않고

"사실"을 원하는 그들에게 파이가 들려주는 또하나의 이야기는 동물들이 사람으로 각색된다.

그 순간 혼란이 몰아치고, 섬뜻하다.

동물이었을때는 당연한 이야기이고 괜찮았는데 사람으로 주체를 바꾸어보니, 행위는 같으나 훨씬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로 바뀐다.

어느것이 진짜였을까? 혹시 대 반전인가?

책 한권을 읽고 난 후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 기분.

호랑이와 함께한 227일을 믿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사실"이란것은 어차피 실체 없는 믿음에서 근거 하는 일일테니까.

 

#5.

간만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는다.

나의 상상력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 아쉽지만,

영화로 내 부족한 상상력을 채우고 싶지는 않다.

딱 그장면으로만 굳어지게 하고 싶지는 않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