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공지영이 좋다.

엄청 좋아했지만 정치쪽에 공지영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요새는 엄청까지는 아니다.

(그래서 의자놀이는 안읽었다.)

SNS에서 몇번의 해프닝도 있었고 뭐랄까 좀 가볍게 처신하는것 같아 실망했다할까...

뭐 어쨌거나 공지영의 신간이 나오면 기다렸다는듯이 사서 읽고는 했다.

그녀의 초기작품 몇개를 제외하면 아마 근 10년내에 나온 작품은 빠짐없이 다 읽었을 것이다.

사실 위로와 치유, 힐링의 시작은 그녀가 아니었을까?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아마 이 응원과 치유와 격려 바람이 시작이었을 것이라고 기억한다.

아마 무소뿔로부터 시작한 공지영 사랑은 이것저것 그녀의 책을 찾아 읽게 만들었고

실연의 상처로 죽어가던 시기와 맞물려 읽은 '사랑후에 오는것들 '에서 빅뱅을 이루더니,

즐거운 나의집, 지리산 행복학교, 우행시, 도가니... 연속해서 홈런을 쳐 댔었다.

 

#2.

이 책은 공지영의 인터뷰집.

지승호가 공지영에게 묻고, 공지영은 답한다.

공지영에 대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듯 팬 서비스 차원의 질문과 대답이 오고간 책.

만나고 싶어요!!!를 외치는 팬들을 위해 마련된 책이랄까.

그녀의 책 제목들이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책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처음 읽는 사람들은 호기심이 생기던지, 알수 없는 거리감이 생길 테지만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을때(역시나 나오자마자) 구구절절 공감하며 읽었더랬다.

 

#3.

벌써 시간이 4년이나 지났으니까 책의 모든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긴시간 마음에 맺히는 구절이 있었고, 얼마전 다시 찾아 읽었다.

회식때마다, 혹은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떠오르는 구절.

이 책을 대량 구매해서 어디 좀 나누어 드리든가 의무 구독을 시키든가 해야하나....

p.41.

그런데 그 여우같은 마담이 옆에서 "술따르는 도우미인데, 뭐가 어때서? 도우미들이 왔는데"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요, 술 따르는데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모르겠어요"했죠.

p.42.

내가 그래도 문화인인데, 심지어 페미니스트 작가라고 남들이 흉까지 보는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을수가 있나. 날 뭘로 봤기에 저러나, 생각하고 있는데 사과 전화가 막 오는거예요. "죽을죄를 졌다"고하고. 점잖은 사람들이고 내가 좋아하는 선배들도 있었는데, '정말 부인들이 한번 봐야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죠.(웃음) 다음 날 거기 참석했던 사람들이 돌아가며서 전화를 했는데, 그중 한 선배가 이러더라고요. "타성의 힘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나는 처음에 이 자연스러운 자리에서 쟤가 왜 저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전 더 충격받았죠. 지금도 그 얘기하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요. 아니, 내 딸 같은 애들이 옆에서 벗고 앉아 있는데 도대체 무슨 도움을 주냐고요.

p.43.

그리고 그런것에 대해서 지식인으로서 조금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주변에서.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폭탄주를 마구마구 마시는거죠. 맨 정신으로 하기에는 좀 쪽팔리니까.

#4.

비교적 우리나라에선 자유롭게 자랐고, 남녀 평등없이 배운편인 이 작가에게 세상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싶기도 하다.

20년쯤 차이나는 나도 지금 이 세상이 너무 이해할수 없는게 많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많은데.

훨씬 보수적이었을 그 시간들을 얼마나 힘들게 버텼을까. 그렇게 버텼으니 위로가 나오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p.45.

글쎄, 나는 결혼해서 제일 이상했던 것이 왜 시댁이 나한테 유세를 떠는지 이해를 못 하겠는 거예요. 우리 엄마는 사위를 보면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고, 먹을 것을 끝없이 내오고, 나는 왜 그집에 가면 끝없이 일해야 되고, 왜 명절에는 꼭 시댁만 가야되고, 왜 호칭은 이사람은 매형, 매제, 처남, 처제 이런식으로 부르고, 나는 아가씨, 도련님 이렇게 하녀의 용어를 써야되나. 남자들은 밖에서 지칭할 때 '우리 장인이, 우리 장모가'라고 하고, 여자들은 '우리 어머님이, 우리 아버님이'라고 하잖아요. 용어에서부터 굉장히 이상해요.

여기저기 공감가는 문장들이 많았지만 죄다 옮겨 적자니 책 한권을 옮겨 쓸 판이다.

보수적 성향의 남자 어른들에게는 당돌하고, 버릇없고, 개념없어 보일수 있는 작가지만.

이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자들에게는 충분히 당연함과 공감대를 만들어주는 작가.

그렇다고 페미니스트냐면 어느 한쪽으로 확 치우쳐진 극단적인 성향은 없어보이는 작가.

소설은 참으로 감동을 주게끔 써 내려가는 작가.

이 인터뷰집에서도 그러한 생각의 전환들이 읽힌다.

아. 이런 관점으로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읽어본다면 충분히 서로에 대한 이해가 가능할 책.

특히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5.

포스팅을 하다보니 지난주에 신간이 나왔나보다.

정치에 대한 참여는 작가의 선택이지만, 정치와 엮이는 작가를 싫어하는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아직 읽을지 말지 생각해 보겠지만.

아직까지 공지영은 나에게 소중한 작가임엔 분명하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