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관련된 내용이 흥미로워 그와 관련된 책을 서너권 읽었더랬다. <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 <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그 책의 저자인 최복현씨가 <신화드라마>를 출간 했다. 앞전에서 다루었던 내용이 신화속에서 만난 사랑이야기라면, 이번에는 그리스신화의 복잡한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정리했다는 점이 색달랐다. '신화드라마'라는 제목에 맞게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했고, 읽을때마다 얽혀있던 계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내가 주로 접했던 신화는 3세대 신들의 이야기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우스,헤라, 포세이돈, 아폴론, 아테나, 아프로디테 등의 신들의 이야기였고, 주로 그 3세대 신들의 이야기를 접했던지라, 그들의 관계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많이 접했더랬다. 그러나, 1세대, 2세대 신들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고 그래서 참 생소하면서도 재미있었다. 1세대 신들은 태초의 신 카오스와 가이아의 결합으로 생겨난 신들이다. 그리고 2세대 신들은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결합으로 생겨난 신들로 티탄이라 불리운다. 가이아와 우리노스에서 태어난 신들로는 남신(오케아노스, 코이오스, 히페리온, 크로노스등), 여신 (테이아, 레아, 포이베 등), 키클로프스 (천둥의 신 브론테스, 번개의 신 스테로페스, 벼락의 신 아르게스), 헤카톤케이레스 (돌진하는자 코토스, 강한자 브리아레오스, 손을 함부로 놀리는 자 기게스)가 있다. 흥미로운 내용은 크로노스가 아버지 우라노스의 남근을 자르면서 크로노스와 신들이 해방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을 독자의 재미를 반감시킬수 있으므로 생략)

 우리가 잘 알고 있는 3세대 신들은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신들의 자식들과 가이아가 우라노스 이후에 관계를 맺은 폰토스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의 후손들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또 흥미로운 신은 크로노스이다. 앞전에 크로노스는 자신들의 해방을 위해 아버지의 남근을 자르는 짓을 저질렀기에 일종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자기 또한 자신의 자식들이 자신을 배신하는 행위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레아(크로노스의 아내)의 자궁에서 나오자마자 먹어치워버렸다. 화근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잘 아는 제우스는 태어나게 된다. 제우스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리고 크로노스가 어떻게 되었는지의 이야기 역시 한편의 드라마를 들여다 보듯 흥미롭다.

 사람처럼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하는등의 감정을 보이는 신들의 이야기. 어떻게 보면 신들은 인간과 하등 다를게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태어날때부터 괴물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신이 있는가 하면, 현실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탄생이야기들로 '신은 뭔가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너무 말이 안된다 싶은 탄생이야기들이 많긴 하지만, 그게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정말 신들의 탄생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세상에 이런일이'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솔직히 말이 안되게 탄생하는 신들이 많아 '허'하는 소리 절로 나온다. 어떻게 이런일이? ㅎㅎ)

 신화를 읽을때마다 조금 헷갈렸던 부분은 워낙에 많은 신들이 등장함으로 어떤 신들이 남신이고 어떤 신들이 여신인지 내가 아는 신 몇을 제외하고는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궁금증은 거의 해결되었다. 신들의 이름을 이해하는 장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남신의 경우에는 어미가 -스로 끝나는 신들이 대부분이라 한다. 다만 어미가 -미스로 끝나는 경우는 여자인 경우가 많다. 또한 -우스계열 (린케우스, 멜람푸스, 오디세우스, 오이디푸스 등), -오스계열 (나르키소스, 네소스, 우라노스, 탈로스 등), -아스계열 (기가스, 미다스, 비아스 등), -에스 계열 (아레스, 안키세스, 헤르메스 등), -온 계열 (데우칼리온, 암피트리온, 포세이돈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신들은 대부분 남신으로 이해하면 된다. 또한, 여신들은 -아(가이아, 레아, 리디아, 헤라, 아테나 등), -에(네펠레, 다나에, 디오네, 헬레네 등)계열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해서 여신들은 어미가 -미스로 끝나거나 -아 나 -에로 끝나는 경우라고 보면 될것이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들어가자 신화의 내용을 읽자 단번에 이해가 되고 그 모습이 연상이 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신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알수 있어 흥미로웠고 신들의 정권투쟁을 살펴봄으로써 한편의 역사드라마를 보는듯한 기분마저 드는것이 지금까지 읽었던 신화를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또한 그리스신화와 로마신화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었고 그리스신화를 크게 네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접했던 신화들이 그저 흥미로운 일화소개에 가까운 신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 접한 <신화드라마>에서는 1세대부터 살펴봄으로써 한편의 역사를 보는듯했고, 그 가계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부록으로 들어있는 신화계보도를 쫘악 펼치니 어머어마한 신들이 나를 맞이한다. 이렇게 많은 신들이 있었나 새삼 놀라웠다. 처음 이 계보도를 봤다면 기겁했을텐데, 책을 읽은후라 그런지 한눈에 정리가 되어 좋았던 것 같다. (물론 그 어마어마한 신들을 모두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리스신화의 복잡한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이후에 신화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신들의 관계를 살펴봤기 때문에 또다른 재미로 들여다 볼 수 있을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리스 신화의 복잡한 세계를 좀 더 명쾌하게 정리해보고 싶으셨던 분들,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없을까 싶은 분들에게 참 좋은 책인것 같다.

신화계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