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진짜 잼있다. 감동도 있고. 멋지다. 멋져!"

 책을 덮은후 자연스레 이런 말을 하면 박수를 쳤더랬다. 이상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던 동생과 눈이 마주치자 겸연쩍어 피씩 웃으며 한마디 했다. "너도 읽어봐"

 <상도>라는 드라마를 즐겨 보았더랬다. 원채 이런 사극풍의 드라마를 즐겨 보았지만, 거상으로 우뚝 선 임상옥을 보면서 그의 현명한 행동 거지 하나하나에 푹 빠져들었던 것이다. 미천한 장돌뱅이에서 3품의 고위관직에 오른 그 과정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위험한 고비도 몇번씩 넘기고 좌절하고 포기해버리고 싶은 일도 있지만, 그 위기를 넘길때마다 내 가슴은 '쿵' 하고 몇번씩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것은 그의 상도정신과 상업철학이었다. 말년에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그를 보면서 "역시~"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더불어 그의 윤리의식과 상도덕을 보며 이땅의 기업인들이 그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그와 형제같은 이를 만났다. 그 이름하야, '교치용"

나는 교치용의 모습에서 임상옥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 무조건 돈만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일하고, 다른이들을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까지 들여다보는 배려와 덕의 경영을 펼치는 그. 너무나 멋있었다.

 <거상의 혼>은 제1회 '서울 드라마워즈'에서 장편드라마 부문 최우수상을 수여한 <거상 치아오쯔융-원제:교가대원>의 원작소설이라고 한다. 안그래도 책을 읽으며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떠오르고 마치 대하드라마를 본듯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미 중화TV에서 방영되었다니, TV로 만나는 <거상의 혼>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진다.

 장사라고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그에게 어느날 느닷없이 닥친 청천벽력 같은 일들. 만약, 교치용의 형이 그렇게 돌아가시지만 않았더라도, 형수님이 그 집안을 교치용에게 맡기지만 않았더라도 그의 삶은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교통사고와도 같이 순식간에 들이닥친 이런 운명을 그는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가? 어느새 나는 교치용이 되어 있었다. 머릿속에 벌떼들이 집을 지었는지 윙윙 거리는 소리가 나고 공기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숨도 쉬질 못할만큼의 절박함이 온 몸을 엄습한다. 그러나, 그는 그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런데 그의 운명은 여기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엎친데 덮친격이랄까? 이미 빛더미 잔치를 해야 될 판인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어쩔 수 없이 버려야만 했던 그의 고통이 어찌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랑하는 여인 설영,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된 육옥함을 보면서 앞으로 그의 인생도 만만치 않겠구나 싶었더랬다. 그러자 나의 시선역시 그들을 쫓는다. 참 슬픈 운영, 가혹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치용에게도, 설영에게도, 육옥함에게도.

 그러나, 그는 운이 좋은 사내라는 생각도 든다. 그가 사람을 볼줄 아는 안목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사람을 곁에 두려면 그 사람 역시 인품이 갖추어줘야 되는 것일 테니. 손무재, 마순, 그리고 그의 아내 육옥함, 형수님까지 그의 곁에서 그를 지지하고 돕는 많은 이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역시 운명이란, 삶이란 어찌할 수 없는 것인가 싶어 한숨을 쉬어본다. 그 삶이란 것에 사람은 얼마나 변하는지 책을 통해 느낀다. 특히 그렇게 믿었던 손무재의 배신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사람이 한결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변할수도 있는 것인가 싶어 한참동안 허공만 멀거니 바라다 보았더랬다.

 이야기는 크게 두 줄기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거상으로 우뚝 서는 상인 교치용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과 미움, 믿음과 배신이 얽힌 삶을 살아가는 인간 교치용의 이야기이다. 더불어 책속에 나오는 많은 이들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본다.

 이 책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교치용의 일대기를 들여다보면서 거상으로 우뚝 선 그의 모습만 들여다본다면 '우와~대단해'라는 생각과 존경심만 들겠지만, 그 역시 인간이라는 점, 그래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기로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들여다보는 모습은 또다른 생각의 거리를 던져준다. 더불어 책속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며, 삶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교치용의 일대기를 들여다 보며 내 삶에 대해 돌아본다.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여기지만, 그래도 항상 목마름을 느끼는 내 삶을 말이다. 삶에 대한 욕심과 집착이 지나쳐, 자꾸만 목마름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바둥 거리며 살아왔기에 내가 그렇게 욕심을 부리고 살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비로서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치용, 치용, 나비가 장자로 변한 거야, 아니면 장자가 나비로 변한 거야?"

 젊은시절 혼자서 되뇌곤 했던 그 말의 해답을 그는 이제 얻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