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을 연상시키는 표지가, 아기자기하니 참 귀엽다. 어린이도서라보니 책속에 이쁜그림도 많이 들어가있고, 제목에서 알수 있듯, 일기와 관련된 내용이라, 중간중간 등장하는 미나의 일기는 마치 내가 미나의 일기장을 펼쳐서 읽는것 같은 느낌을 준다. 초등학교 내내 일기를 썼다. 내가 쓰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의무적인 과제에 더 가까웠다. 일기를 써서 아침에 선생님께 제출해야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선생님은 아이들의 일기를 읽고서 빨간볼펜으로 그 밑에 짧은 메모를 남겨주셨다. 초등학교 5학년 담인선생님은 일기장에 쓸 일기가 없는 사람은 시나 편지, 독후감을 써도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조금은 더 편했던것도 같다. '엉터리 일기'라는 제목을 보자, 어릴적 일기를 쓰고 일기장을 검사받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나마 엉터리 일기를 쓴 기억은 없지만, 별로 쓸말이 없어서 시나 독후감으로 떼었던 적이 많았었다. 보통 엉터리 일기를 쓰게 되는 경우는 방학때가 아닌가 싶다. 어디 일기 뿐이랴. 방학내내 실컷놀다 개학이 다가오면 탐구생활이며 방학과제들을 정신없이 했던 기억. 한두번쯤 있지 않나 ^^;

 

그런데 여기서의 엉터리 일기는 방학내내 실컷놀다 개학이 다가오자 정신없이 엉터리로 쓰는 그 일기랑은 다르다. 미나는 자신의 이야길 마음껏 하기 위해 일기장을 구입한다. 다른사람에게는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일기장에 써내려가다보면 답답한 마음이 시원해지곤 한다. 누군가에게 탁 터놓고 이야기 하고 싶은데 그 대상이 없을때 이렇게 일기장에 일기를 써본다는건 참 좋은일이다. 미나처럼 나 역시 이렇게 가슴에 품은 말들을 탁 터놓고 싶을때 일기를 쓰곤 했다. 하라, 하라고 하면 하기 싫은것처럼 초등학교땐 선생님이 과제검사하듯 의무적으로 하라고 하니 별로 쓸말도 없었던것 같은데 중학교 들어가고나서 일기검사라는게 없어지자, 신기하게도 쓰고 싶은 말들이 많아 나만의 일기장을 마련해서 미나처럼 썼던 기억이 난다. 재미있었던 것은 미나의 일기내용중에서 내가 어렸을적에 썼던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일기장이 요술 일기장이라면....일기장아, 내 소원을 꼭 들어주렴! 수리수리 마수리 알발타 살발타 미나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져라. 얍!" (p59)

 

 

이상하게 일기장에 소원을 적으면 100%는 아니라도 80%이상은 이루어졌다. 그래서 난 바라는 것이 있으면 일기장에 적곤 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마구 적어되지는 않고, 간절히 바라고 이루어졌으면 싶은것들을 한달에 하나정도 적었던것 같은데 신기하게 이루어지자, 나는 나만의 일기장을 요술 일기장이라고 불렀다. 이런 요술일기장은 나 밖에 없을꺼란 생각에 좋았던것 도 같다.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 정말 신기하게 기적처럼 소원이 이루어진건지, 아니면 그 누군가가 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건 아닌지 이제서야, 의심을 해보게 된다. 아, 난 정말 순진한 아이였어 ㅠㅠ 라는 생각과 함께. 뭐, 별 말이야 썼겠냐만은 누군가 나만의 일기를 몰래 훔쳐본다는건 과히 좋은 일은 아닌것 같다.

 

 

자신의 일기장에 자신의 모든 이야길 터놓던 미나는 어느날 누군가 자신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엄마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심을 하게 되고, 정말 자신의 일기장을 몰래 읽는것이 엄마인지 시험을 하기 위해 엉터리 일기를 쓰게 되는데....엉터리 일기를 쓰게 되는 미나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그 비밀은 책을 통해♥)

 

 

새록 새록 어릴적 그때로 돌아간것 같아 좋았다. 나도 이렇게 일기를 썼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정말 신기한건 미나랑 나랑 어쩌면 일기 내용이 그렇게도 비슷한지. ㅋㅋ어릴적 내가 했던 생각과 고민들이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라임향기도서관시리즈'는 처음 접해보는데 아이들이 읽으면 참 좋을것 같다. 성장동화라 그런지 공감도 되고 또 아이들이 한번쯤 겪어봤을 그런 일들을 담아내고 있어 아이들 정서에도 좋고 생각할 시간도 주니 더할나위없이 좋은것 같다. 사춘기 어린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아이와 부모가 함께 봐도 좋을것 같은 책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라임향기 도서관 시리즈'도 찾아서 읽어봐야 겠다. ^^

엉터리일기, 성장동화, 라임향기도서관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