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라는 것땜에 주저하지 않고 집어들 수 있었던 책이다. 거기다 <예지몽>이라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제목과 그에 맞게 어딘가 모르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표지를 보며, 그 궁금증을 더 커져가기만 했다. 그랬기에 책을 집어들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이 책엔 꿈에서본소녀, 영을보다, 떠도는 영혼, 그녀의 알라바이, 예지몽 이렇게 다섯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책을 읽다 말고, '어,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그럴리가. 이 책은 신간인데.'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더랬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생각되었던 이유는 책속 캐릭터 때문이었다. 바로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와 형사 구사나기 콤비 때문이었는데 그둘의 대화를 보며 '어, 이장면은' 하면서 고개을 갸웃거렸던 것이다. 예전에 읽은 <탐정갈릴레오> 2편으로 볼 수 있는 <예지몽>은 <탐정갈릴레오>에 등장하는 구사나기와 유가와가 등장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도 같다. 다만, 사건의 내용이 다를 뿐이다. 예전 주말에 외화 <명탐정 몽크>를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런 식이라 보면 된다. 주요등장인물은 같지만 사건이 터지면 그 사건을 해결하는 식. 매주마다 명탐정 몽크와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예지몽>에서 다섯편의 사건을 만나고 그 사건을 구사나기와 유가와와 함께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탐정갈릴레오>에서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사건들을 과학적으로 해결했었다면, <예지몽>에서는 좀 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의 사건들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식이다. 사건이 터지면 구사나기가 사건을 물고 유가와를 찾게 되고 사건을 접하면서 유가와의 놀라운 추리를 듣게 되는데, 베일에 쌓여 있던 사건들이 과학적으로 하나, 둘 베일을 풀게 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까.

 이번 소재로 사용되었던 것이 꿈에서 본 소녀를 17년뒤에 만나게 된다거나,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겪기도 하고, 죽은 사람의 영을 본다거나, 미리 예지몽을 꾼다는 식으로 신비로운 소재들이 많아 흥미로웠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처음엔 흥미로워 책장이 마구 넘어가다 결국 그 모든 신비로운 현상들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결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아, 신비하군.'이라는 생각이 어느새 날아가고 웬지 모르게 허탈해지는 기분이 든다는 거다. 그래도 '이 사건이 어떻게 된거지?' 의문을 가지며 책을 읽어나가는 시간동안은 즐거웠다. 그리고 만약 나라면 그런 일들이 터지면 과학적인 방법으로 그렇게 풀어내지는 못했을터. (개인적인 생각인데, <탐정갈릴레오>나 <예지몽>은 책보다는 드라마로 보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을것 같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많이 읽어봤는데 읽을 수록 참 다양한 방면으로 재주가 많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비로운 사건을 다루는가 하면,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들기도 하고, 사회의 모순된 점이나 문제점을 재미있게 풍자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탐정갈릴레오>나 <예지몽>에서는 초자연적이거나 신비로운 현상들을 다루는데 단편이라서 그런지  웬지 2%아쉬운 느낌이 든다. <탐정 갈릴레오>보다는 <예지몽>이 더 재미있긴 했지만 말이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장편인지라 단편에서 내가 느꼈던 웬지 모를 2%를 채워줄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읽으려고 준비중인데,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보다는 장편의 내용이 완성도면에서도 훨씬 좋았던지라 웬지 기대가 된다. 거기다 영화까지 내 기대치를 높여주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움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구사나기와 유가와를 따라 사건속으로 들어가서 그 사건을 해결하는 시간은 즐거울 것이다. 과연 그 사건속에는 어떤 트릭이 숨어 있는지, 어떻게 그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추리하며 읽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미스터리를 읽으면 처음에는 모든 것이 불가사의하게만 느껴져 어리벙벙한데, 그 속에 숨은 트릭을 발견하고 사건을 유추하다보면 어느새 흠뻑빠져들게 된다. 그게 바로 또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히가시노게이고, 예지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