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꿈을 걷다>라는 재미있는 책 한권을 만나게 되었다.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으로 현실너머의 상상력의 세계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단편이었지만, 이야기도 허술하지 않았고 스토리가 탄탄해서인지 참 마음에 든 책인데, 앞장을 읽다보면 뒷내용이 궁금해 절로 손이 가는 책이었다. 물론 몇편은 논리적 전개가 맞지 않는 이야기도 더러 있긴 했지만 일단 재미가 있고 술술 읽히는 장점 때문인지 그런 결점이 그닥 눈에 거슬리지는 않았었다. 그 책을 통해 경계문학이라는 장르를 접하게 되면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몇년전 한참 판타지에 빠졌던 적이 있긴 했지만 그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랄까. 알고보니 이번에 읽은 <인드라의 그물>이 <꿈을 걷다>와 같은 노블레스 클럽시리즈였다. 사실 <인드라의 그물>을 읽기전만 해도 몰랐었는데 뒷장 노블레스 클럽 시리즈의 책목록을 살펴보던중 발견하고선 반가운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흥미로운 책들이 많이 보이는데 기회가 되면 찾아 읽어봐야 겠다. 상상력의 세계로 날아가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인드라의 그물>이라는 제목도 표지도 사실 처음엔 그닥 눈에 띄지 않았었다. 한국소설도 주로 접하는 작가들만 접하는지라 새로운 작가의 책에 눈길이 갔고 책소개를 잠깐 살펴보던중 흥미로운 부분이 보여 ’한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한국소설이라고 하면 조금은 난해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는 책들을 더러 만났기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인드라의 그물>은 판타지소설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천인 교와 그녀의 화신인 여의는 인드라망의 강림을 통해 신수에 목이 뚫린 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여의가 그 아이를 데리고 오는중 아이는 어느새 청년으로 자란다. 파괴인법으로 신수를 죽이고 그외의 여러인법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교라는 여인의 존재도 흥미로웠고 그들이 사는 이 세계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불교 신자라기보다는 불교 애호가라고 하는데 불교의 철학기조에 매혹되어 <인드라의 그물>의 바탕을 이루는 세계관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그 세계는 아주 흥미롭다. 아수라나 야차, 마호라가,간다르바 등이 인간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험악하게 생긴 아수라, 뱀같은 혀를 쉿쉿 내미는 마호라가나 핑커벨을 연상시키는 간다르바 등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세계.(어릴적 엄마랑 함께 보던 중국영화나 홍콩영화중에 마계가 등장하고 천인과 인간이 서로 어울려 사는 세상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난다.) 거기다 인법을 사용하는 교나 칼키(처음 신수에게 목이 꿰뚫린 아이. 금방 청년으로 자라난 인물)라는 인물과, 인드라망에 강림이 오거나 관세음보살 화신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이 책 역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불교의 철학기조를 바탕으로 이런 세계관을 만들고 이런 상상을 해서 이렇듯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놀라웠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난 기독교인) 나 역시 불교 철학기조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싯다르타의 이야기도 그렇고 윤회나 환생의 이야기도 그랬다. 가끔 전생에 난 어떤 사람이었을까, 정말 전생이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신수에게서 목숨을 구해준 교와 여의와 함께 정각당에서 살게된 칼키는 그곳에서 여러 인법을 배우며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전륜성왕의 기사들에게 공격을 받게 되고 반야경이라는 경전을 지키는 교는 당시 몸이 무척 아팠던 터라 힘을 쓸 수 없어 결국 그들에게 잡혀가고 만다. 그렇게해서 칼키의 교를 구하기 위한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교를 만나게 될까?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도 흥미로웠고 전륜성왕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그리고 후에 만나게 되는 인물들과 사건을 들여다 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마치 홍콩영화, 중국영화를 떠오르게 만드는데 인법을 쓰는 그들과 반야경을 지키는 교, 그리고 관세음보살의 화신 등의 소재가 그런 느낌을 자아냈던것 같다.

 뒷부분에서 갑자기 사건전개가 빨라진 느낌도 들고 갑자기 터지는 놀라운 진실들을 마주하며 정신이 없긴 했지만 꽤 재미있게 빠져들었던 <인드라의 그물>이었다. 관세음보살이 등장하고 싯다르타가 등장하지만 사랑이 뭔지 깨달음이 뭔지에 대해서는 사실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불교와 판타지의 만남이라는 것도 독특했고 이야기도 흥미로워 책을 읽는 동안은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에필로그 부분은 좀 식상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현실 너머의 또 다른 세상속 이야기는 묘한 즐거움을 주는것 같다.

인드라의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