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을 처음 보았을때 떠올린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였다. 그 역시 팔다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토가 태어날때부터 팔다리가 없었던데 반해 더스틴은 다섯살때 '수막구균혈증'이라는 병에 걸려 팔다리를 절단하게 되었다. 둘다 무척이나 힘들었겠지만, 더스틴의 경우 건강하게 태어났는데, 어느순간 팔다리가 없어지는 거라,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말한다. 단지 불편할 뿐이라고. 남과 조금 다를 뿐이라고. 그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즐겁게 사는 오토, 그리고 더스틴 같은 사람들을 볼때면 웬지 내가 참 부끄럽단 생각이 든다.

 불치의 병이나 갑작스런 사고를 맞이할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닥터스>로 내가 즐겨 보는 방송이 있다. 그 방송을 보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꼬마가 있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얼마전 "닥터스 그후 날아라 새들아" 편으로 또한번 만나보게 된 준두. 준두의 꿈은 기차 기관사이다. 기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준두는 씽씽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준두는 다리가 불편하다. 오른쪽 다리 때문에 무릎을 끓은체 걸어야만 되는 준두에게 좋은 소식을 기대했지만, 무릎걸음을 계속 걷는다면 정상적인 왼쪽다리마저 퇴화해 못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부모님을 결국 오른쪽다리를 절단하기로 한다. 준두의 나이 이제 다섯살. 더스틴이 수막구균혈증에 걸려 팔다리를 절단했을때가 다섯살때였다. 그래서 자연스레 이 책을 보며 준두를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준두가 수술이후 바지를 입었는데 오른쪽 바지가 휑한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울음을 터뜨리며 오른쪽 발 만들어 달라고 발 생기게 해달라고 발 돌려달라며 우는 모습을 보자, 코끝이 찡했던 기억이 난다. 방송후 1년 6개월 준두는 씩씩하고 밝게 지내고 있었다. 의족을 차며 잘 걸어다니고 수영도 배우는 준두. 슈퍼맨이 되고 싶다는 말에 절로 방긋 웃게 된다.

 갑작스런 불치의 병이나 갑작스런 사고를 맞이하게 되면 순간 아무생각도 들지 않는다. 주변에서 하는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만 되는지 억울할 뿐이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되나 막막할 뿐이다. 내가 그랬다. 오래전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고 이제 내 인생은 끝났다, 싶을때가 있었다. 모든것이 다 싫었다. 그러나 나는 웃었다.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부모님 앞에서 차마 눈물을 흘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웃었다. 의사선생님도, 간호사 언니도 내 성격이 긍정적이고 밝아서 참 좋다고 하셨다. 정말 어떻게 6개월동안 병원에서 생활했는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 생각하면 신기할 뿐이다.

 더스틴을 보며 그때의 나를 떠올려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것만 같았던 나는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내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물론 예전만은 못하고 더스틴처럼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키우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더스틴은 긍정적이다. 항상 웃으며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웃음을 준다. 하지만, 혼자서 얼마나 울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자, 밝은 모습 너머의 그의 모습이 보이는것 같아 가슴이 아려온다. 마냥 철없이 웃기만 했던 나처럼. 그냥 웃을 수 밖에 없었던 나처럼 더스틴도 그렇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와는 다른게 더스틴에게는 있는것 같다. 도전하는 정신.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말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없는 그것. 그래서 더스틴이 한편으론 부럽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오토가 처음 세상빛을 보았을때 오토의 엄마는 말했다. "어머, 귀여운 우리 아기." 라고. 팔다리가 없는 아이를 보면 충격을 받거나 할말을 잃을법한데도 그렇게 말했다. "어머, 귀여운 우리 아기." 라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토는 정말 행복한 아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토 주변의 사람이 오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받아주었듯, 더스틴의 주변 사람들도 더스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한다.

 더스틴의 부모님, 친구, 여자친구, 그리고 코치님...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도 많은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더스틴은 지금 이렇게 밝게 웃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까 말이다.

 팔다리가 없는데 어떻게 레슬링을 할까? 더스틴에겐 미안하지만 처음 그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더스틴이 훈련하는 모습이라던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도하지도 않은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게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더스틴을 보며 깨닫게 된다.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더스틴. 한발 한발 나가며 값비싼 땀을 흘리며 승리를 거머지며 밝게 웃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가질 수 없다는 이유로, 편히 외출할 수 없단 이유로, 최상의 편안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삻을 불평하는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그. 그저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그 앞에 좋은 결실이 있는건 당연한게 아닐까. 지금처럼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더스틴이 되었음 좋겠다. 그리고 나역시 내 꿈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야겠단, 생각을 가져본다. 꿈꾸는 토르소맨 화이팅! 나도 화이팅! ^^

꿈꾸는토르소맨, 더스틴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