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나,나,나나나나는 무라우치라고 합니다. 선생님은 마,마마말,마마말을 더듬습니다. 그그그, 그래서, 자, 자, 잘 못합니다. 그그, 그그그, 그그....래도 진심으로 말합니다. 내가 하하, 하는 말은 모두 지지지진심입니다."

 말더듬이 선생님, 무라우치 선생님을 만났다. 웬지 우리가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 이미지와 달리 촌스런 스타일의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무라우치 선생님. 처음엔, ’뭐야?’ 하며 말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진심과 마주하면 우리는 곧 정담어린 눈빛으로 마주하게 될것이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처음엔 "내일에 상관하지 마세요. 다 똑같아요."라고 말하던 아이들도 이내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나 역시 무라우치 선생님을 만난다면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선생님을 볼때마다 방긋 웃게 되지 않을까? 지금처럼 이렇게. 

 "무라우치 선생님, 고맙습니다."

2. 학창시절을 떠올려본다. 그때 무라우치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셨다면 정말 좋았을텐데...그렇다고,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선생님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시절 참 힘들어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이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그렇게 방황하지도 않았을텐데. 물론 당시엔 그렇게 힘들었던 일도 지금 돌이켜 보면 아무렇지 않은듯...빛바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그때 선생님을 만났다면 기억이 아닌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았을까?

 무라우치 선생님은 말더듬이 선생님이다. 특히 첫음절이 가행이나 다행, 탁음으로 시작할때는 심하게 떠는 편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으면 처음엔 무슨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때도 있다. 그런데, 그런 무라우치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이다. 말더듬이 선생님이라는 것부터가 웬지 어울리지 않는데, 거기다 국어라니...처음 무라우치 선생님을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다 놀랄것이다. 그렇다고 수업을 잘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물론 열심히는 하지만, 잘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을 깨닫게 해주신다.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자신은 말을 많이 더듬는다고. 하지만, 중요한것만 말씀하신다고.

 
3. 어느 학교에나 외톨이는 있게 마련이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 집안의 학대로 본의아니게 거짓말을 해야만 되는 아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모든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아이,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소리내는 것을 두려워해서 자꾸만 움추러드는 아이 등등...학교에는 많은 외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 아이들이 왜 외톨이가 되었는가 보다는 왜 그렇게 행동할까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리내서 말하는 것이 두려운 아이를 보면, 그까짓거 그냥 눈 딱 감고 말하면 되지, 왜 그렇게 입 꼭 다물고 피하려고만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기도 한다. 사람들마다 두려운게 조금씩 있기 마련이고 그 두려움의 대상이나 행동이 다를뿐이라는걸 이해하지 못한체 그저 그런 아이를 탓하기만 한다.

 그러고보니 중학교때 그런 아이가 있었다. 국어시간이었을게다. 보통 선생님은 37번, 24번, 12번 등 번호를 지적하며 교과서를 읽을 아이를 정하곤 하셨다. 38번..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중학교1학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글을 잘 읽지 못했다. 글 뿐만이 아니라 말도 조금 어눌하게 했다. 초등학교때에는 특별반(발달이 조금 늦은 아이들만 따로 수업을 가르쳤었다.)에서 수업을 하던 아이였다. 교과서를 읽어야 되는데 읽지를 않고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아이들이 선생님한테 잘 못 읽는다는 이야기를 하자, 더듬어도 되고 천천히 읽어도 되니까 그 부분을 읽으라고 하셨다. (분명 그 아이는 잘 읽지를 못해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글은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묵묵히 책만 바라보기만 할뿐, 입을 열지 않았다. 다른 선생님 같으면 다른 아이를 지적해서 그 부분을 읽으라고 말하고 넘어가곤 하셨을텐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선생님도, 그 아이도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그 불똥은 우리들에게 튀었다. 선생님은 선생님데로 화가 나셨고, 우리들은 우리들대로 화가 났던 기억이 난다. 무거운 분위기, 화가 나서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 선생님을 보며 그 아이를 원망하던 아이들도 있었다. 수군대던 아이들의 음성, 화가 난 선생님의 음성, 그걸 그저 바라보고만 있던 나....

 <말더듬이 선생님>을 읽고서 선생님도, 그리고 우리들 모두도 잘못된 행동을 했단 생각이 든다. 물론 좀 더 용기내지 않은 그 아이의 잘못도 있겠지만, 우리들도 선생님도 그 아이에게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문득 그 아이는 잘 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4. 무라우치 선생님은 특별한 선생님이다. 마음의 닫힌 문을 열어주는 재주를 가진 선생님이다. 비록 말을 더듬지만, 선생님 말처럼 중요한 말만 하시고,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주신다. 모두들 늦었다고 생각하는 아이. 아이 스스로 자신은 이제 늦었다고, 무엇을 해도 되지 않을꺼라고 포기하지만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 선생님은 그런 외톨이를 따스이 안아주시며 말한다. "늦지 않았어.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너를 만나서 정말 좋았어." 겉치례가 아닌 진심으로 우러나온 말이라는것을 알기게 더듬으며 그 말을 하는 선생님과 마주하며 피씩 웃게 된다.

 "고마워요, 선생님."

 
5. 이 책엔 8편의 단편이 옴니버스식으로 되어 있다. 무라우치 선생님은 중학교 아이들을 가르??는다.(가령 그 학교의 국어선생님이 몸이 아?? 무라우치 선생님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식이다.)  2~3개월 간격으로 학교를 옮기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라면 지나가는 바람처럼 흘려버릴만도 한데, 그 감촉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보드럽고 따스한 감촉. 특별한 선생님은 그렇게 외톨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특별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짠한 감동도 함께 해서 더 좋았던것 같다. 장면 장면마다 그 장면이 절로 생각나서 눈시울이 붉어진 적도 있었고, 울컹하는 뭔가가 올라오기도 했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감동의눈물, 정말 오랜만인것 같다. ’뻐꾸기알’이라는 단편에서 나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이..)

 학생이 거짓말을 한다면 보통의 선생님이라면 야단을 치고 혼을 낼 것이다. 그건 나쁜 행동이라고 큰 소리칠 것이다. 하지만, 무라우치 선생님은 말했다. "거짓말을 하는건 그 아이가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자신이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을 합니다. 거짓말은 나쁜게 아니고 쓸쓸한 겁니다.(p340 中)" 웬지 알것 같았다.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아이의 마음도, 그리고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무라우치 선생님의 마음도.

 "나나,나,나나나나는 무라우치라고 합니다. 선생님은 마,마마말,마마말을 더듬습니다. 그그그, 그래서, 자, 자, 잘 못합니다. 그그, 그그그, 그그....래도 진심으로 말합니다. 내가 하하, 하는 말은 모두 지지지진심입니다."

 비록 말은 더듬지만, 진심을 말하는 멋진 선생님, 아이들의 닫힌 마음도 스르르 열게 만들어 주는 멋진 선생님, 무라우치 선생님을 만났다. 참, 다행이다. 이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서.

시게마츠기요시, 말더듬이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