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두얼굴'이란 제목을 보자,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생각이 났다. 선과 악을 완전히 떼어낼수는 없지만,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BS<인간의 두얼굴>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지는 못했지만, <신비한 TV서프라이즈>, <스펀지>, <그것이 알고싶다> 등에서 다루었던 방송내용(가짜교도소 실험, 전기충격실험, 집단사고의 함정, 무엇이 보통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가 등)을 접할 수 있어, 생소하지는 않았다. 다큐멘터리나 그외의 방송을 보며 인간의 심리나 상황에 대한 내용을 많이 접해서인지 책안에 실린 사례나 실험등은 거의 다 봤던 내용이라, 오히려 한번 정리를 해보며 '상황의 힘'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던것 같다.

 방송을 보면서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아마 내가 그 입장에 처했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처음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다 알고 바라보는 것과, 아무것도 보지 못한채 겪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가짜교도소 실험'과 '전기충격실험' 은 예전에 <신비한 TV서프라이즈>를 통해 보았었는데, 방송을 보며 상황의 힘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더랬다. 물론 당시 방송을 보면서 난 말했었다. 어떻게 인간으로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죄수와 교도관들을 진짜 죄수와 진짜 교도관이 아니었음에도 자기의 행동에 충실하면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상황에 따라 마치 진짜 교도관과 진짜 죄수처럼 행동하는 그들을 보며 이해할 수 없어 고개만 내저었는데 다시금 책을 접하며, 만약 내가 그 상황에 처했더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자, 소름이 끼쳤다. "난, 안 그럴꺼야"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것이 나역시 상황의 힘에 휘둘리는 인간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모든 인간은 상황에 휘둘리기만 할것인가. 상황에 지배당하기만 할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너무 슬플것 같다. 하지만, 인간이 상황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집단사고의 함정과, 방관자 효과는 당시 방송을 보면서도 큰 인상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별하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스펀지>에서 실험으로 보여주었던 장면인데, 1번에 대한 답이 B라고 했을때 앞선 네명에게 A라고 말하도록 하고 (이미 오답을 말하라고 사전에 약속을 하고) 나머지 한사람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이었다. 물론 누가 봐도 답은 B였지만, 사전에 이 실험을 알지 못하는 한사람이 대답할 차례가 되자, 대부분 앞선 네명과 마찬가지로 A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 나중에 그 이유를 물었을때 대부분 답은 B인것 같았지만, 앞선 사람이 A라고 하니까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나중엔 자기가 잘못알고 있는건 아닐까 싶어 혼란스럽기까지 했다는 대답을 들으며 상황에 따라 사람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 수 있었고, 상황에 따라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들고 다양한 실험장면들을 보여준다.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이나 '하늘올려다보기' 실험 같은 경우는 '맞아'를 연발하게 되는데 나 역시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비슷한 일을 또 다시 겪는다고 해도 또 그렇게 행동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상황의 힘이 참 미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영웅에 대한 내용을 접한바 있다. 무엇이 영웅을 만드는가? 그리고 그 영웅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를 접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었는데 책에서 다시금 그 내용을 접하자, 좀 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당시엔 아무생각없이 방송을 보았는데 지금은 상황을 지배하는 힘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게 되고, 방관자 효과를 넘어선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주변의 영웅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당연히 해야 할일을 했을 뿐이죠."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일들을 순간 그렇게 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상황의 힘 앞에서 약해지지 않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때도 그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었었지만, 지금 다시 봐도 참 대단한...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내가 되어야 될텐데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모범범죄와 선행바이러스가 퍼지는 원리는 사실 비슷하다고 한다. 결국 우리의 선택에 따라 그 상황을 지배할 수도 있고,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러가지 사례와 실험을 보며 상황의 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본 시간이었다.

인간의두얼굴, 상황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