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역사에 흥미를 붙여 역사서적을 종종 뒤적거리긴 하지만, 중국사에 대해서는 들여다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 흥미로운 책 한권이 내 눈에 띄었다. 바로 <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이라는 책이다. '중국 간신 19인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역사의 경고'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중국역사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었음은 물론이요. 여러 역사적 인물들을 만날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았더랬다.(비록 그 역사적 인물이 간신배였다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사실, 간신이라는 것이 어디 중국사에서만 있었던 인물이겠는가. 대하드라마를 보다보면 꼭 한번씩은 만나게 되는 인물이며, 우리 주변에서도 한번씩 보게 되는 인물이 아닌가.

 이렇듯 역사속에서 간신은 한두번쯤 만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는 사람중에 하나가 바로 간신인데, 내가 생각하는 간신이란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고, 권력있는 자, 힘있는 자에겐 약하고, 없는 자에겐 강한자, 비굴하게 아부하고 아첨하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사람이다. 가끔 주위에서 그런 사람을 보게 되는데, 그럴때면 눈살이 찌푸려지곤한다.

 책속에서 다양한 간신 19명을 만나게 된다. 역아, 비무극, 백비, 조고, 석현, 양기, 동탁, 우문호, 양소, 이의부, 이임보, 양국충, 노기, 채경, 황잠선, 진회, 엄숭, 위충현, 온체인이 바로 그들이다. 사실, 중국사에 대해서 많이 들여다 보질 못해서인지 이 책에서 만난 간신들은 거의 다 생소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간신이란 바로 이런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사라사욕을 챙기거나 권력의 욕심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그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처음 만난 간신 역아는 날 당혹스럽게 했는데, 이건 간신을 넘어서서 인간이길 포기한 행동이 아닌가 싶었다. 권력의 욕망을 위해 세살난 아들을 삶아 요리를 해서 바치다니. 아무리 권력이 좋다고 해도, 사람이길 포기한 이런 행동을 어찌 평해야 하는지. 한순간의 권력을 챙기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긴 댓가가 얼마나 큰지 그들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후에 그들을 회자하며 간신대열에 합류시켜 그들이 했던 행동들을 거침없이 까빌리리라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보통 간신이라고 하면 아부와 아첨을 하는 인물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그들 대부분은 머리가 비상했다.

 비상한 두뇌 하면 떠오르는 간신 하면 '비무극'을 들 수 있겠다. 비무극의 이야길 들으며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지능과 능력을 다른곳에 섰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얼마전에 본 드라마 <천추태후>에서의 '김원숭'이 떠올랐는데, 그가 함정을 파서 최섬을 비롯한 신라계 유학파 신료들과 헌정왕후와 왕욱 사이를 고해 그들을 함정에 빠트린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흡사, 비무극이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차도살인 계략(p35~38)을 떠오르게 한다. <천추태후>를 즐겨 보는데 '김원숭'역시 권력을 위해 딸을 성종의 비로 만들고, 후에 신라계에 동조하는가 하면 성종과 천추태후 사이를 이간질 하는데, 제3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간신이 한눈에 보이지만, 막상 간신이 곁에 있다면 그 꾀임에 넘어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상 수많은 충신과 왕들이 간신에게 무참하게 당한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웬지 씁쓸함을 감출 수없다.

 다행이라면 그나마 간신들의 최후가 불행하다는 것일 것이다. 어쩌면 이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간신들은 보통 자신에게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면 누구든 모함하여 헤친다. 그래서 위기를 모면하고 자신의 권력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하지만,  호의호식하며 사는 삶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남은 헤치고 올라간 자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자신이 남에게 한 행동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간신들의 만행을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그들의 최후를 보며 그나마 마음이 진정되었더랬다.

 간신들이 오직 역사속에서만 존재하는가? 우리는 알 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속 간신과 같은 인물들이 우리 주위에 있음을. 간신의 최후를 돌아보며 아부하고 자신의 사리사욕만 챙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기회에 한번쯤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또 주위에 그런 간신이 있다면 그런 사람을 내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처음엔 역사서적을 읽으면서 역사속 인물을 만나는 시간이 좋았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역사서적을 읽다보니 과거를 보며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역사는 우리에게 충고를 해주며 갈길을 제시해준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맘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그 길을 알려준다. <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을 보며 중국사의 흥망성쇠를 좌우한 대표적 간신을 만난 시간도 좋았지만, 그를 통해 간신배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 의미 있었던 것 같다. 부록으로 실린 '간신지수측정'도 꽤 흥미로웠다.

역사, 중국간신19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