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비밀스런 것이 나를 유혹한다. <비밀의 요리책>이라니 이 책을 읽으면, 요리에 대한 어떤 비밀스런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인가? 제목만으로도 나의 상상력에 날개가 돋아 저 만치 날아가고 있다. 이런 저런 상상을 해보며 기대를 가져본다. 예전 <향수>라는 영화를 봤었는데 아직까지도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남자 주인공도 그리고 그가 만든 향수도 이상하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분명 실제로 그런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면 '살인자'라고 말할수도 있을것이고 '정신이상자'로 분류해버릴지도 모르겠는데, 정말로 이상한것이 영화속 그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이 책 <비밀의 요리책> 띠지에 이런 문구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향수에 비견되는 매혹적인 팩션'이라는 문구가 바로 그것이다. 도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향수와 비견되는 소설이라고 하는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매혹적이길래 세계 16개국에 판권을 수출했는지 알면 알수록 궁금해지고 들여다 보고 싶어지는 <비밀의 요리책>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베일을 벗기듯 이 책과 마주한다. 사실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탓인지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친듯 하다. 어쩌면 <향수>가 너무 강렬하게 남아 있어 <비밀의 요리책>이 그에 못 미쳤던 것일수도 있고, 책제목에서 나는 '비밀의 책'이 바로 '요리책'이라는 것을 짐작했기에 조금은 맥이 빠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요리책이 아니고 비밀의 요리책이 아닌가.? 총독이 탐을 내고 귀족들이 탐을 내는 비밀의 책. 어떤 사람들은 그 책에 연금술이 쓰여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사랑의 물약을 만드는 방법이 쓰여 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영원한 삶을 꿈꾸며 그 책을 탐한다. 그러니, 궁금하지 않을수가 없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그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탐하는 것인가?

 그리고 밝혀지는 비밀의 책은 바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요리책이었는데, 모든 사람이 탐을 내듯 그 요리책은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음엔 틀림없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페레로 주방장이 만든 음식은 기가 막히다. 마치 <향수>에서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향수를 만들어 내듯이 말이다. 사람들이 먹었다고 하면 감탄을 하고 더 먹고 싶어 안달이다. 그런가 하면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누그러지기도 하고 독하게 품었던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도대체 음식에 마술이라도 부린건가?

 루치아노는 그런 주방장의 음식을 보며 그 비밀을 파헤치고자 한다. 책을 읽으며 정말 요리사가 음식에 아편이라도 넣어서 중독현상을 일으키게 한건 아닌가 하는 오해도 정말 잠깐 했었는데 터무니 없는 상상임을 알고선 피씩 웃고 말았다. 아편에 관련된 종교적인 이야기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의 이야기에서 아편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정말 놀라웠다. 종교인이 읽고서 불끈 화를 낼수도 있을것 같은 이야기였지만, (참고로 나도 기독교인이다.) 어차피 이건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의 산물, 소설이 아닌가 싶어 흥미롭게 읽어내려 갔는데 상상력이 가히 놀라웠다고 밖에는.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건지....

 비밀의 요리책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페레로 주방장이 만든 음식을 맛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군침을 꿀꺽 삼켰더랬다. 마법을 부린것은 아닌가 하는 사람들의 말도 있지만, 주방장은 말한다. 이것도 기술이라고. 마법이 아니라 어떤 식재료로 어떻게 배합해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서 이런 맛을 낼 수 있고, 그 요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도 한다고 말이다. 어떤 면에서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기분이 울적할때 엄마가 만들어준 군침나는 요리가 내 기분을 달래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면서 감탄을 자아낼만한 요리를 맛본 기억은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며 페레로 주방장이 만든 요리는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맛을 상상해보았지만, 허기만 질뿐... 새벽녁에 책을 읽어서인지 허기를 느끼며 뱃속에서 꼬르륵 꼬르륵 합창하는 소리에 혼이 났던.

 사람들이 찾는 비밀의 책이 주방장의 손에 있음을 알게 된 이들에게 쫒기는 그들을 보며 긴장하며 읽어내려갔던 소설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은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남겨두련다.  역사와 요리를 맛있게 버무린 <비밀의 요리책>은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책을 덮은 지금엔 영화 한편을 보고 난 기분이 든다. <향수>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의 묘하지만, 매혹적인 그 모습이 <비밀의 요리책>의 루치아노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지만 (루치아노는 오히려 평범한 것 같은), 웬지 모르게 그를 응원하게 되고 그의 행방을 쫒게 되니 신기할 따름이다.

 전설적인 레시피를 담고 있는 요리책이 나에게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문득 해본다. 요리에 젬병인 나에겐 무용지물일지도 모르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웬지 모르게 흐믓해진다고나 할까. 나에게 <비밀의 요리책>은 책을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후에 더 여운이 남는 소설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