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독서 열전 :뒤적뒤적 끼적끼적>을 만났다. 어디서 들어본 작가라 생각했더니, 꽤 많은 책을 쓰셨다. <열하광인>은 읽어본 책이기도 했고, 그외의 책들은 한번이상은 들어본 책이었다. 그래서 일까? 웬지 모르게 반가웠다. 책을 좋아해서인지, 책에 관한 이야기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그리고 이렇듯 책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옅볼 수 있는 책은 언제든 두팔벌려 환영하는 나로서는 책을 펼치기전부터 웬지 모르게 들떴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서, '참 다양한 책을 읽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를 보며 내가 읽은 책이 몇권이나 있을까 세아려 보았지만, 읽은 책이 10%에도 미치지 못해 '허'하는 한숨만 흘러나온다. 나름데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었는데도 아무래도 편향된 독서 탓인지 이렇듯 타인이 읽은 책과 견주어 보며 웬지 모르게 허탈해질때가 많다. 100권의 책들이 다양한 테마에 맞추어 나를 바라본다. '예술이여, 인생이여 너희 얼굴 참 곱구나.' 부터 시작해서 '과거와 미래가 담긴 과학이라는 이름의 도서관' 까지 테마만으로도 어떤 식으로 분류되어 있는지 감이 잡힌다. 그리고 테마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하기 좋은 책 하나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위로를 주고 깃발를 나부끼며 꿈을 요리하는 폴 오스터의 책을 권한다. 그리고 이런 물음도 잊지 않는다. 당신이 진정 바라는, 허나 한동안 잊고 지냈던 꿈은 무엇인가? 부디 이 책을 맛있게 먹으며 초발심 되찾기를!' (p 16中)

 첫장을 넘기자, 폴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를 만날 수 있었다. 김탁환씨는 <빵굽는 타자기>를 '꿈을 요리하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구입은 해두었던지라, 내심 반가웠던 책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배우기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삥굽는 타자기>를 정독시킨다는 하셨다. 그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는 것이었다." 라는 구절을 가슴에 새기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김탁환씨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폴오스터의 책들을 추천하곤 하신다. 추천을 받아 <달의 궁전>을 구입했다가, 땀을 삐질 흘렸던 기억이 난다. 읽다가 덮었다가, 읽다가 덮었다가를 반복하다 3분의 1정도만 땀을 삐질 흘리며 읽다 처박아 두었던 기억에 웬지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폴오스터를 등한시하다, 우연찮게 다시 그의 책을 바라보자, '이번엔 기필코'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들 좋다고 하는데 나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모습에 웬지 모르게 오기가 발동했던건지도 모르겠고, 꽤 오래전 일인지라 지금이라면 그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책을 접할 수 있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오기와 생각들이 든 순간 어느새 난 폴오스터의 책들을 몇권 집어들고 있었다. 그때 구입했던 책들중 하나가 <빵굽는 타자기>이다. 물론 표지만 바라본채 어느순간 나의 냉대를 받으며 책장에 꼽혀있긴 하지만. '꿈을 요리하는 책'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자, 또 다시 부끄러워졌다. '당신이 진정 바라는, 허나 잊고 지냈던 꿈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 가슴에 와 콕 박힌다. 용기를 내어 다시 손을 뻗쳐 보아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김탁환씨가 읽고 질투하며 사랑한 100권의 책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다양한 테마의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과 그 책들 속에서 김탁환씨의 삶의 모습도 옅볼 수 있어 일석이조였던 책이었다. 또한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목차를 보며 읽고 싶은 내용부터 골라 읽을 수 있었고, 각 책에 관한 기록이 한 두장 만으로도 이루어져 있어 틈틈히 읽어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내가 읽었던 책, 그리고 제목을 들어본 책 위주로 읽기 시작하다, 그외의 책들로 손을 뻗어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글들이 크게 어렵지 않다. 가끔 책을 논하는 글들을 읽다보면 무슨 말들이 그렇게 어려운지, 책보다는 평이 더 어려운 경우도 더러 만나게 되는데 김탁환씨의 독서기록은 그렇지 않아 좋았다. 책에 대한 느낌,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삶을 들여다 보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더랬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이 책에 있는 100권의 책들을 하나 하나 읽어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나 역시, 익숙한 책들부터 한권 한권 찾아 읽어보아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좀 더 다양한 책읽기를 시도해 보아야 겠단 생각을 해본다.

 처음엔 책만 읽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부터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흔적이란 녀석은 타임머신이라도 되는듯, 그때의 나와 조우하게 해준다. 땀을 삐질되며 헤메고 있는 나, 박장대소하며 웃고 있는 나, 손수건을 쥐며 울고 있는 나, 어릴적을 회상하며 피씩 피씩 웃고 있는 나...다양한 나를 만나며 또 그 나로 인해 삶의 추억까지도 돌아보게 만든다. 이런 매력이 있는 끼적임. 나만의 흔적을 그래서 나는 좋아하나보다.

 뒤적뒤적 끼적끼적...오늘도 난 그렇게 흔적을 남긴다.

김탁환, 독서열전, 100권의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