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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알리 톱타시’라는 작가를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림자 없는 사람들>이라는 신비스런 제목과 독특한 미스터리라는 광고문구에 혹해 기대감이 컸던 소설. 그러나 처음에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고, 나는 그 이야기속에 빠져들지만 혼란스러움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굉장히 잼있다거나, 사건전개가 빠르다거나, 흡인력이 강한 소설은 아니었던듯 하다. 따라서, 제목을 보고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초반 ’어라’ 싶을 것이다. 사람들이 사라지는 독특한 미스터리라면 줄거리가 풍부한 사건전개가 있기 마련인데, 책을 덮고나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니 말이다. 사람이 사라지고 실종되면 긴장감이 넘쳐 흘러야 될텐데 긴장감마저 약하다. 에르칸 툰자이는 <그림자 없는 사람들>의 언어에 대해 "글이 자장가처럼 안온하게 흐른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장가처럼 안온하게 흐르는 그의 언어는 자칫 잘못하다간 지루함에 빠질 수도 있다. 사실 초반 책을 읽다가 잠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사라지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발사 누리의 실종과 그 실종의 원인을 찾기 위해, 탐정이 된듯 주위를 바라보지만 단서가 없다. 한가지 의미심장한 부분을 찾자면 누리가 사라지기전 경험한 일을 둘 수 있겠다. 책에서 이렇게 표현된다. ’어느 날 저녁 영혼이 오그라들었다. 갑자기 살가죽이 몸을 감싸기에는 턱없이 작아졌다.’고. 갑자기 오그라둔 영혼 이야기가 나오자 생각했다. 누리의 실종은 유괴나 사고가 아닐꺼라고 말이다. 불현듯 자신의 자아를 찾고 싶거나, 내면의 소리에 귓기울이고 싶어서 떠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나는 마을주민들의 동태를 살핀다.

누리의 실종으로 정신없어진 사람들, 그런데 더 큰일은 레시트의 딸 귀베르진의 실종이 연달아 터졌던 것이다. 마을에서 고귀하고 아름답고 순결하기로 이름난 귀베르진의 실종은 누리의 실종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누리가 어떻게 되었을까 신경을 쓰려던차, 누리가 돌아온다. 하지만, 마을사람들도 나 자신도 누리의 이야기를 한번 듣고는 그를 옆쪽으로 밀어둔다. 이제 신경을 써야 할것은 귀베르진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녀는 어떻게 된거란 말인가!

귀베르진의 실종으로 읍장과 파수꾼, 마을주민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읍장과 파수꾼은 젠네트의 아들을 의심하며 그를 감시한다. 그리고 결국은 그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정신적으로 나약해진 그는 뱀을 데리고 돌아다니며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기이한 실종, 이유없는 실종과 마을주민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들은 불안했을 것이다. 후반부, 귀베르진이 젠네트의 아들에게 업혀 마을로 돌아온다. 산에서 울고 있는 그녀를 찾아온 젠네트의 아들. 도대체 그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제,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하지만, 점점 혼란스러워져만 간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도 등장인물들이 헛갈리고 서술시간으로 인해 혼란스러웠었다. 현실과 환상이 교묘하게 엉켜있는 기분에 정신이 없었는데, 귀베르진이 돌아오고 그녀에게 몰두하던 나는 또 한번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다.

무엇을 기대하려고 했던 것일까? 나는 그녀에게서 무언가를 들으려고 했단 말인가?

책장을 덮고서는 공허한 마음에 한숨을 쉬어본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존재의 이유, 한없이 가벼워지는 존재감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이 어느새, 내 불안으로 바뀌어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작가의 메세지가 내 가슴에 확실하게 와 닿지 않아, 나는 그저 깊은 한숨만을 내쉴뿐이다. 난해하고 몽환적인 책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하산 알리 톱타시’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있었던듯 하다.

"기억이 안 나는데요. 제가 까먹었나 봅니다."
"틀림없이 또 잊고 다음에 다시 물으시겠지요."
"우리네 삶이라는게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때 이발사가 내 옆에 앉더니 예의 사형집행인 눈으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반복의 반복으로 이루어지지요." (p61中)

"그럼 지금 우리 대화는 꿈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p141中)

그림자없는사람들, 하산알리톱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