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작가분들중 한분인 요시다 슈이치. 그의 신작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절로 기대가 되었던 작품. <타이베이의 연인들>.

그의 작품을 네다섯권정도 읽은듯하다. 개인적으로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 좋았던 기억에 이번작품 역시 기대하며 읽어나갔다.

 

장편. 특히나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의 경우 읽다보면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때가 종종 있다. 이번작품 역시 책 두께가 상당해 걱정했었는데 친절하게도 앞부분에 '등장인물' 소개를 넣어주시니 참 고마웠다. 그럼에도 초반에는 등장인물이 조금 헷갈리긴 했지만. (아...외국인 이름은 왜 이렇게 헷갈리는지;;)

 

처음 제목과 책소개글을 보았을때, 나는 주인공을 둘만 떠올렸다. 그런데 이 책에는 주인공이 둘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그 사람수 만큼이나 다양한 삶들이 존재한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등장시킴으로써 그들의 인생을 보며, 다양한 인생과 사랑과 인연과 운명을 이야기한다. 좋았던 점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사랑을 옅보았다는 점이고, 아쉬웠던 점은 등장인물이 많아서일까. 조금 지루한감도 없지나마 있었다는;;; 미안하게도 내가 눈을 빤짝이며 집중했던 이들은 다다하루카와 료렌하오의 이야기. 그리고 그 다음으로 첸웨이즈와 창메이친의 이야기였는데...아마, 그들의 영화같은 이야기에 더 끌렸기 때문인지도.

 

특히나, 다다하루카와 료렌하오의 이야기는 정말 눈을 빤짝이며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짧은 만남. 하지만, 결코 잊지 못했던 그들의 만남. 그 만남으로 그들의 미래가 바뀌고 그들의 인생이 바뀌었다. 만약 그들이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들이 현재 그곳에서 그러한 일을 하고 있지도 않았을터....현재의 삶은 많이 바뀌어져 있었을 것이다. 그 짧은 만남으로 현재 그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했다.

 

구년만의 감동적인 재회. 하지만, 그 구년이란 시간은 참 많은 것들을 변하게 만든다. 하지만, 다시 만나면서 그들은 그때 처음 만났던 그때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 이 감정이 어떠한 감정인지 확실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점 점 더 느끼게 된다. 다시 만나게 되었을때 하루카는 료렌하오에게 자신의 남자친구 이야길 꺼내고, 료렌하오는 그녀에게 묻는다. "그 사람, 좋아해?" 라고.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하루카의 말에 그는 그 사람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그리고 하루카는 그 사람이 걱정된다고 이야기한다. "그 사람이 좋아." 가 아닌, " 그 사람이 ...걱정돼." 라는 대답. 그때의 료렌하오의 감정과 하루카의 감정이 어떨지 동시에 느껴졌다. 작가는 덤덤하게 이야기해나가는데, 나는 그 덤덤함 속에서 수많은 감정을 느꼈다.

 

끝내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하루카는 그 어느날 렌하오에게 이야기한다. 아...솔직히 그때 가슴이 아렸다.

 

설령 똑같은 마음을 품었다고 해도 그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역시 나를 찾을 수 없었다. 단수이 거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의 아파트를 찾던 내가 지금 여기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렌하오가 찾았던 내가 여기 있고, 내가 찾았던 그가 여기로 와줬으면 좋을텐데 하고. 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은 역시 내가 찾아내지 못한 그였고, 그가 찾아내지 못한 나일 뿐이다. (p404)

 

아...이 문장을 몇번씩이나 읊조렸는지 모른다. 렌하오와 하루카에게 있었던 일들과, 그들이 서로를 잊지 못해 찾았던 그 순간을 알기에...그리고 그 마음을 가슴에 담아두었던... 그 마음을 알기에....가슴이....아렸다.

 

그리고 미안하게도 하루카와 렌하오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하루카에게는 사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작가도 어쩌면 이둘의 운명과 인연을 지지했던 것이 아닐까. 하루카의 남자친구에게 일어난 일들을 보면.

하루카는 끝까지 자신의 이야길(남자친구의 현 상태라던가.후에 그와 결정된 일) 렌하오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렌하오는 모든 사실들을 알게 되겠지. 그리고 그들은 결국 함께 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요시다슈이치의 책을 볼때마다 느꼈던 거지만, 여성의 심리를 톡톡 건드리는 문장들이 참 많다. 그것도 일상의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그저 그 시간에 그 장소에 그 사람들이 있었고, 그러한 일들이 있었음을 아주 덤덤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는듯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나를 보고, 그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문장들을 꼽씹으며, 수많은 감정들의 소용돌이속에서 몇번씩 문장을 씹고 음미한다. 요시다 슈이치의 <사랑을 말해줘>를 읽을 때도 그랬었다. 큰 사건이나 긴장감없이 진행되는 이야기들.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어 오히려 밋밋한 느낌마저 들었던 그 소설속에서도 여운은 있었다. 주인공들의 그 상황과 그 감정과 그 내면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묘하게 여운이 남았던 기억...하루카와 렌하오를 보면서 다시금 느끼게 된다. (아...여기 다른 인물들도 등장하는데...나, 너무 편애하는것 같기도;;)

 

개인적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언급한 이유는, 이들의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더 와닿기 때문일지도.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고자, 등장인물을 여럿 둔 것은 조금은 무리수인듯 아쉬움은 남지만, 역시나 책을 읽을 때보다, 덮고나서 더 여운이 남는 소설 <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나 슈이치의 다음번 소설도 기대해본다.

타이베이의연인들, 요시다슈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