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두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일정한 체계없이 생각나는데로 비판하는것을 말하고, 두번째로는 만화를 그려서 인물이나 사회를 풍자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만평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것은 다소 과장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그림속에서 현사회를 꼬집고 있어, 쌓였던 불만이 해소되는 느끼마저 들기 때문인듯하다. 사실, 난 정치나 역사를 그리 잘 아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만평을 보고 있으면 그 그림이 무엇을 풍자하는지,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지가 보여서, 좋았던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세계의 만평속에서 내가 잘 몰랐던 역사를 돌아보고, 만평가들이 풍자적으로 비판해놓은 사회적인 모습을 들여다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내가 흥미롭게 들여다 본 국내만평과 세계만평은 또 달랐는데, 아마도 그것은 세계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무지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 만평은 그저 그림이 재미있다고, 만평가들이 꼬집는 사회를 들여다 보고 싶다고 섣불리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만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정치적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단 나의 이해는 둘째치고 한번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쭈욱 읽어나갔다. 내가 알고 있던 역사적인 사건 (베를린 개방, 쿠웨이트 침공, 로스엔젤레스 폭동, 광우병, 사스와 조류독감, 쓰나미 대참사, 오바마의 역사적 당선, 마이클잭슨 사망등)은 이 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사건들이 이렇게도 없었나 역사에 이렇게나 무지했나 싶어 읽으며 참 곤욕스러웠다. 만평을 살펴보기 위해 이 책을 읽기보다는 세계사를 공부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렇다. 이 책은 만평만을 모아놓은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만평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주고, 역사를 다시금 살펴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었다. 그림과 함께한 역사서. 비판과 해학과 풍자가 함께한 역사서. 그것이 다를 뿐이다.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많지 않아 책을 읽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책의 구성이 너무나도 알차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세계적인 사건, 역사적 그 날이 기재되어 있고 그 상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만평과 함께 그 사건을 살펴보게 된다. 앞서 말했던 문화적 정치적 배경을 인지하고 만평을 보아야, 그 만평의 의미가 비로서 이해가 되어 피씩 웃음이 새어나오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문화적 정치적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참 친절한 책이다. 더불어 뒷부분에 수록된 만평가 사전을 읽으며 만평가들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내가 아는 만평가는 하나도 없더라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만평은 요엡 베르트람스의 만평(p31)으로 사막의 폭풍이라는 작전명을 활용해 미군부와 언론의 관계를 그렸는데 그림을 보고 있으니 바로 알겠더라는. 그리고 독일의 통일을 다루고 있는 라이너 에흐르트의 만평(p35)도 기억에 남는다. 얼핏보면 흉직해보이기도 하는데 다른 두 몸을 바느질로 연결한 모습속에서 동독과 서독을 떠올리게 되더라는. 패터 슈랑크의 만평(p130)은 뭉크의 절규를 재해석한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뭉크의 절규는 이미 많은 곳에서 패러디한 작품이다보니, 어떻게 해석되었나 살펴보게 되더라는. 아렌트 판담의 만평(p211)은 보자마자,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수 있었다. 핵심을 파악해서 그대로 풍자하고 있는 그림으로 기억한다. 그러고보면 내 기억에 남은 만평들은 대체적으로 현사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쉬운 그림들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이것은 역사적인 사건, 정치, 문화적인 사건에 대해 지식은 부족해서일지도. 이번 계기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만이라도 다 알고 넘어갈 수 있도록 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옮긴이는 말했다. '웃음은 보편적이지만 유머는 문화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설명을 통해 타인의 유머에 접근할 수 있고, 이해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서로 다른 문화 간의 화합과 교류의 다리이기도 하다. (p288)

 

그렇다. 이 책은 그저 그런 만평들은 모아 놓은 책이 아닌 것이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기르고  풍자와 유머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가 담긴 책인셈이다.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책이어 흥미로웠고, 또 한편으로 나의 무지함에 땀 뻘뻘 흘리기도 했지만, 역사적인 사건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세계사를 조금 더 공부한뒤 만평들을 보면 그땐, 지금 이해하지 못했던 만평들을 이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일단 세계사 공부부터 더 하는걸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세상을향한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