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은 친절하고 강한 남자다. 남편이라면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인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 관계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내 눈에는 보인다. 그가 강하고 든든한기운을 마구 발산한다고 해서 제스가 약한 여자인 것은 아니다. 그녀 역시 다른면에서 강하다. 남편이 감탄하여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아주 똑똑한 여자다. 다른 사람들이 아침 인사를 나누는 데 걸리는 그 짧은 시간에 그녀는 어떤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어 분해하고 분석할 줄 안다. 오랜 세월 함께한 부부인데도 파티에 가면 제이슨은 제스의 손을 자주 잡는다. 그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p 29中)

 

레이철은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기차를 타며, 그 기차안에서 한쌍의 남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스와 제이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그들을 상상한다. 레이철의 눈에 비친 그들은 완벽한 한쌍이였다. 아마, 레이첼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레이첼이 원하는 이상향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느날, 레이첼은 제스가 제이슨이 아닌, 다른남자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벌어지는 제스의 실종사건. 레이첼은 제스의 실종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완벽한 한쌍이라고 믿었던 제스와 제이슨.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타인의 눈에 비친 모습과, 자신의 모습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완벽해 보이는 부부일지라도, 그 부부만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레이첼은 제스(실제 이름은 메건)의 실종사건을 파헤치며 나름데로 조사를 펼친다. 알콜중독증과 단기기억상실증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머릿속, 기억의 파편들. 과연 레이첼은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 내고, 사건의 진실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인가.

 

보통 여주인공들은 아름답거나 똑똑하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고, 사건을 유추하고 추리하는 방법도 탁월하다. 그런데 우리의 여주인공 레이첼은 그런 아름답고 똑똑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알코중독증, 관음증, 거짓말쟁이, 단기기억상실증에다가, 자신을 놓아버린 탓인지 몸도 엉망이 되버렸다. 뚱뚱해진 몸으로 이러저리 사건을 조사하는 그녀를 보며, 한심한 마음마저 든다. 확실히 매력적인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되자, 한심해 보이던 그녀가 안쓰러워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그녀가 어서 기억을 찾길, 그리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길 응원하고 있었다.

 

<걸 온더 트레인>은 세명의 여자의 관점으로 서술되는 책이다. 엉망인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여자, 사건의 진실을 추척해가는 레이첼, 그리고 실종자 메건, 레이첼의 전남편의 현재부인인 애나가 그들이다. 이렇게 여러인물의 관점으로 서술되는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탁월한 심리묘사가 아닐까 싶다. 한명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인물의 눈으로 바라보고 해석되기에 사건에 더 몰입하게 되고 각각의 인물들의 심리를 더 꿰뚫어볼 수 있게 된다.

 

보통 소설책을 읽다보면 매력적인 캐릭터가 여럿나오는데, 이 책은 의외로 매력적이거나 호감가는 캐릭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레이첼이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인간, 인간적인 인간으로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모습이 존재한다. 그 모습이 좋은 모습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타인에게는 인자하고 자상한 사람들도 또 다른사람에게는 악인이 되기도 한다. 얼마전, 여론을 떠들게 한 '인분교수' 사건처럼 말이다. <걸 온 더 트레인>을 읽으며 여러 인간군상들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만났다고나 할까. 예를들어 메건의 경우 레이첼이 상상했던 아름답고 똑똑했던 여자의 모습이면에는 불안증세를 가지고 있으며 불륜을 저지르는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숨어 있었다. 또한 남편과 아이를 사랑하는 애나 역시 불륜으로 레이첼에게서 남편을 빼앗은 것이니...

 

사건의 범인은 늘 가까이에 있다. 사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탓인지, 나는 범인을 쉽게 캐치했다.. 많은 사람들이 의외의 사람이 범인이어서 놀랐다고 했는데, 그래서 은연중에 나름 기대도 했는데, 범인을 유추하는 과정이 내게는 그리 어렵지 않았던듯 하다. 작가랑 코드가 맞았던 걸까.

 

454페이지나 되는 다소 두꺼워보이는 분량임에도 거침없이 페이지가 넘어가는 걸 보면, 작가의 스토리구상능력과 이야기를 진행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출간전 영화 판권계약된 작품이라는데, 영화속에서는 이들의 모습이 어떻게 영상화될지 그것도 나름 궁금해진다. 영화로(영상으로) 보면 더 스릴있을것 같기도.

 

누가 범인일까 보다는, 여러 인간군상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실체를 보며,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 본것이 더 인상적으로 남은 소설이었다.

걸온더트레인, 스릴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