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질링 살인사건>이라는 책표지의 '살인사건'이라는 문구와 표지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웬지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아!' 하고 책내용과 제목, 표지의 그림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으레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긴장하게 된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기 전까지 드러나는 증거들, 그리고 그 과정들이 꽤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은 살인사건뒤에 벌어지는 충격적인 장면이나 무서운 장면또한 보게 될수도 있기에 긴장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나의 긴장감은 얼마가지 않아 무너졌다. 아기자기한 표지에서 눈치를 챘었야 했던 걸까? '살인사건'이 분명 일어나고 살인사건을 밝히기 위한 추리가 담겨 있긴 하지만, 크게 스릴이 있다거나 손에서 땀을 쥐게 하는 그 무언가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저 가볍고 유쾌하게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를 들여다 보게 된다. 그리고  찻집주인 시어도시와와 주변 캐릭터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의 이야길 듣는다.

 '인디고 찻집'을 운영하는 시어도시아. 그런데 그의 찻집에서 차를 마시던 한 남자가 죽었다. 그래서 시어도시아는 그 남자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사건을 조사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명으로 압축되는 범인들을 만나게 된다. 조금 아쉬운 점은 후반부에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갑자기 사건이 종결되는 느낌.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리소설에 큰 비중을 두고 이 책을 읽는다면 많이 실망할것 같다. 더군다나 많은 추리소설들을 접해본 독자라면 잔잔한 구도와 큰 스릴이나 긴장감없이 흘려가는 이야기 속에서 웬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기 쉽다. 개인적으로 좀 더 스릴있게 그려내거나 긴장감있는 구도로 흥미진진하게 펼쳐내었음 좋겠단 생각에 아쉽긴 했다. 그러나, '추리'에 큰 비중을 두지 말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에 빠져들며 캐릭터들을 둘러본다면 가볍고 나름 유쾌하게 책을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찻집 미스터리' 시리즈물인 만큼 책 중간중간에 차에 대한 상식을 쌓을 수 있어 그 점은 신선했다. 사실, 차에 대한 상식을 읽어보기 전만 해도 <다질링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을 보고 다질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다질링은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 자리잡은 다질링 지방에서 재배한 차로 일년에 세번 수확한다고 한다. 또한 붉은 색이 진하고 향이 깊어 최고급 홍차로 평가받지만 생산량이 적어 대게는 다른 찻잎과 블렌드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홍차의 샴페인'이라고도 불린다니 한번 그 맛을 보고 싶어진다.

 다질링, 아삼, 닐기리, 우바, 딤불라, 기문 등등 홍차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랐고, 덕분에 홍차에 대해 좀 더 알게된 시간이었다. 홍차에 대해서 아는건 없었지만 홍차를 마셔본 적은 있다. 내가 맛본 홍차는 맛이 진하고 쓴맛이 났었는데 익숙치 않은 맛이라 그런지 몇잔만 마시다, 녹차나 보이차등으로 바꾸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 기회에 다시금 찬찬히 그 맛을 음미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