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다른분의 서평을 읽다, 읽고 싶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구매한 책이다. 사실, 그 서평을 읽기전만 해도 이 책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구매할 의사조차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혼령들의 사랑, 섬뜩하고 아름다운 로맨스, 기묘한 러브스토리라는 문구가 자꾸만 아른거리면서 '어떻게 인간의 몸에 기생하게 된걸까?'. '그럼 그 혼령들이 인간의 몸에 들어간다면, 그 안에 있는 영혼은 어떻게 되는걸까?'란 궁금증이 자꾸만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결국 밤새워 책을 읽었다. 그리곤, 내가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꿈까지 꾸고야 말았다. 꿈속에서 나 역시 라이트였던 것이다. 웬지 기분이 묘했다. 책을 읽다, 책과 관련된 내용을 꿈속에서 종종 꾸는 편이다. 깨고나면 꿈의 잔상이 조각, 조각 기억날 뿐이어 아쉽지만, 전체적인 느낌만은 남아 있다. 가령 무서웠다던지, 기묘했다던지, 즐거웠다던지 하는것 말이다. 아침에 일어났을때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내가 꿈속에서 라이트였기에 다른 이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는 것, 그리고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고스트인러브>의 결말을 떠올리며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신기한것은 6시반에 잠이 들어 8시반쯤 일어났는데, 그 2시간동안 꽤 긴꿈을 꾼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기억에 남진 않지만,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

130년전에 죽은 헬렌은 호스트 (헬렌이 기생하는 인간숙주, 기생이라고 해서 에일리언이나 다른 외계생물들이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그런것을 떠올리면 안된다.;; 그저 항상 곁에 같이 있는 존재정도로 인식하면 될듯하다.)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다. 자신이 정한 호스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데 그 호스트 곁에서 떨어지면 지옥으로 끌려가는 듯한 엄청난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교사인 브라운씨의 호스트로 있던 어느날 교실에서 한 남자아이의 시선을 느낀 헬렌은 당황하고 만다. 알고보니 그 남자아이 역시 헬렌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85년 동안 혼령상태로 있다가 어느날 텅빈 빌리 블레이크의 몸을 발견하고 그 몸속으로 들어갔다고 하는 제임스. 처음엔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사람이 그 둘뿐이었다는 것에 호감을 느꼈지만, 차츰 차츰 그들은 서로를 진정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헬렌 역시 영혼이 빈 몸을 찾다 제니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제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간 그들...이제 그들 앞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내용을 이쯤만 밝히고자 한다. 그뒤 그들이 겪게 되는 일들은 책을 통해 읽어보시기를. ^^)

소재가 참으로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혼령이니 유령이니 하는 존재들이 등장하면 섬뜩하고 무서울것만 같은데, 그런 그들을 등장시키고도 이렇게 기묘하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저자의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다. '로라 위트콤'이라는 저자는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12세까지 성장하는 동안 다소 귀신들린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녀의 약력을 보다, 처음엔 소개된 이 문구를 읽으며 역시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그때부터 상상력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건 아닐까?

인간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오면 그 몸은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으레 사람이 죽으면 그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이 죽지 않은 상태에서도 영혼은 몸을 빠져나올 수 있다. 보통 그럴경우는 그 몸이 뇌사상태라던가, 의식불명상태등에 놓여 있어 몸을 움직이지 못할 경우가 많다. 그런데, 책에서는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갔지만, 움직이고 대답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놀라웠다. 물론 그런 상대는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 들거나 메말라 있는듯한 그런 느낌이 들긴 하지만 라이트가 아닌 이상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영혼이 없는 육체의 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헬렌과 제임스가 그 몸을 찾아다니는 모습, 그 몸을 지켜보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다.

그저 혼령들의 기묘한 사랑이라는 흥미위주의 이야기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왜 제니와 빌리의 영혼이 비어있게 되었을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그들의 상처가 조금씩 보듬어지는 느낌을 받게 되어 좋았던 것 같다.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는데, 영상으로 펼쳐지는 <고스트인러브>는 어떤 느낌일지 기대된다. 아마 더 기묘하고 아름답고 몽환적이지 않을까?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와 함께한 시간이 참으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