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요코'를 처음 알게 된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통해서였다. 다만, 책이 아닌 영화를 통해서였지만, 원작인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후에 책도 구입했더랬다. 그러나, 영화를 이미 본 터라, 책은 아직도 내 책장안에 꼽혀 있다. 책과 영화가 얼마나 다를지, 어떤 느낌일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영화만으로도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고, 그 원작을 썼다는 '오가와 요코' 역시 눈여겨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우연한 축복>을 접하면서 작가의 사진을 처음 보게 되었다. 그 약력을 자세히 들여다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에는 단순히 작가의 이름만 익숙했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좀 더 알게 된것 같다. 사진 속 밝게 웃고 있는 '오가와 요코'는 미소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사람의 기분까지 밝아지게 만드는 미소를 보면서, 그녀의 소설이 그래서 그렇게 따스하구나, 기분좋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 된다.

 <우연한 축복>에는 '실종자들의 왕국', '도작', '기리코의 실수', '에델바이스', '누선수정결석증', '시계공장', '소생' 이렇게 총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연작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고, 이야기의 순서도 왔다 갔다 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편의 소설을 읽은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삶속에서 몇가지 추억을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느낌도 든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통해서도 느꼈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따스하다. 그리고 큰 긴장감이나 반전이 있는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정적이고 조용조용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지루하지 않다. 일상의 이야길 듣는것 같지만, 그 속에서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번 <우연한 축복> 역시 그랬다.

 사실, 그녀의 이야기는 흥미롭거나 재밌지는 않다. 하지만, 조용 조용 그녀의 이야길 듣다보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그런 고요속에서 웬지 모를 기분좋은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엔 그녀가 어떤 감동을 줄까 내심 기대도 했지만, 감동보다는 삶속 추억의 부스러기를 만난 시간이 된것 같다.

 동네친구의 삼촌, 고모, 남동생, 충직한 개 아폴로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주변에서도 접해볼 수 있는 그런 인물들이다. 처음에는 좋지 않은 일이나 슬픈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모든 일들은 슬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등 우연한 축복의 사건이 일어난다. 애인과 헤어진 대신 아들을 얻는다던지...그러고보면 우리 삶에도 그런 우연한 축복은 종종 일어나는것 같다. 다만, 그 슬픔에 젖어 그 우연한 축복을 감지해내지 못할때가 많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가 아닐까?

 나 또한 삶에 버거워 헉헉 되기 일쑤고, 불만을 품을때가 많은지라, 처음 책제목을 보았을때 나에게 우연한 축복은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을 덮은 지금 가만히 꼽씹어 보면 축복이라는 것에 그리 큰 의미를 품을 필요는 없을것 같단 생각이다. 멋지고 큰, 근사한 무언가를 축복이라 여길 필요는 없다. 우리는 벌써 삶속에서 우연한 축복을 몇번이나 겪었으니 말이다. 고요한 그녀의 이야길 접하다 보면, 나처럼 내 삶속 추억의 부스러기와 접하며 빙긋 미소짓게 될지도 모를일이다.

 조용 조용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며 내 삶속 '우연한 축복'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