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신이치의 <마이국가>를 만났다. 그의 작품을 만날때마다 괜시리 설레이곤 한다. 어떻게 보면 그의 쇼트-쇼트 스토리를 워낙에 많이 접해보았기에 이젠 그런 설레임은 없어질만도 한데, 만날때마다 '이번엔 또 어떤'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의 독특한 발상과, 한방 먹여주는 반전에 매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흥미롭게 읽으며 생각을 꼽씹을 시간을 주시는것까지 모두 그의 팬이 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이번에 접한 <마이국가>에는 '마이국가'를 포함한 총 2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번에 접한 단편은 쇼트-쇼트 중에서도 길이가 어느정도는 있는 것 같다. 1장이나 1장반에 걸친 단편도 접해보았는데 이번엔 대체적으로 길었기 때문이다. 길어진 분량 덕분에 이야기가 난해하거나 이해되지 못한채 끝난 이야기는 없었던 듯 하다. 대부분이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기분으로 읽었던 것 같다. 가령 '행운의 남자'에서 행운을 거머진 남자의 우울한 표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던지, '차이'에서 신경과 의사를 찾아온 여인의 남편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던지 하는 식이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거나, 어떤 행동의 원인이 있다면 그 원인이나 사건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추리를 하듯 흥미롭게 접해볼 수 있었다. 더불어 호시신이치 만의 매력인 엉뚱하고 독특한 반전의 묘미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플라시보 시리즈를 자주 접하다 보니 그에 대한 서평을 쓸때 약간의 고민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플라시보 시리즈물은 그 나름데로의 독특함과 특징이 있고 책마다 이야기는 다르지만, 분위기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독특하고 엉뚱하고 기발하다라는 것. 물론 <요정배급회사>에서는 요정, 귀신, 도깨비들이 자주 등장했으며 SF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었으며, <노크소리가> 에서는 대부분의 글 첫 시작이 '노크소리가 났다'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망상은행>에서는 현실에 있을법 하지만, 뭔가 생각할 꺼리는 던져주는 내용이 많았다는 식으로 책마다 단편들의 공통된 성향이 있긴 하지만, 그 내용을 이야기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큰 차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큰 차이점이 없다는 말은 플라시보 시리즈물에 실린 각각의 책들에 실린 단편들은 그 책안에서 어떤 일정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넓게 봤을땐 모두다 호시신이치의 상상력이 빚어낸 산물이라는 점에서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평을 쓸때 이렇게 책마다 다른 사항들을 이야기하고 나면 그 다음의 내용들 -기발하다던지, 독특하다던지 등의- 은 자꾸만 겹쳐지게 된다. 나도 모르게 같은 이야기를 중얼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플라시보 시리즈물은 읽을땐 유쾌하고 즐겁지만, 책을 덮은후 감상을 쓸땐 머뭇거리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감상을 다 써내려갈때쯤이면 나는 그의 또 다른 작품을 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속에선 또 어떤 기발함이 숨쉬고 있을지, 어떤 세상이 나를 맞이할 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짧고 굵은 그의 이야기에 이젠 중독이 되어버린건지도 모르겠다. 읽을때마다 매번 이렇게 즐거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