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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인간이 견딜 수 있을만큼의 고통을 준다던가. 그 말, 듣는 입장에선 정말이지 무책임하게 들리는 말이다. 한계치의 고통을 참아 낸 인간에게 더 심한 고통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잘 견뎌 냈으니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을 거다. 다시 한번 견뎌봐라, 넌 내가 특별히 사랑하는 인간이니까. (p19中)

이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다. 아마, 공감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신은 인간이 견딜 수 있을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했다. 그래서 힘들고 방황할때면 이런말을 듣곤한다. 견딜 수 있을꺼라고, 할 수 있을꺼라고. 하지만, 당사자로서는 정말이지 이것보다 더 무책임한 말은 없다. '넌 내 입장이 되보자 않아서 모르는 거라고' 냉소만 날릴뿐이다. 언젠가 그런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른사람의 암보다 내 감기가 더 큰 고통이라던가. 괜찮아, 잘될꺼야, 다른사람에게 수없이 말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이 당한 입장의 반만큼의 고통을 준다면 모든걸 다 앗은것처럼, 모든 고통이 자신에게만 향하는것처럼 느낄꺼다. 나 역시 그렇지 않을까. 내 고통이 전부인것처럼 느껴도 어쩌면, 나보다 더 고통을 받은 사람도 있을테고, 나 역시 그 사람에게 '이겨낼 수 있을꺼에요. 괜찮을꺼에요' 라고 말하고 있을지도.

우리의 주인공 망고. 원래의 이름은 수아인데 캄보디아에서의 수아가 수와이(망고라는 뜻)와 비슷한 발음으로 불려서 삼콜할배가 지어준 별명이다. 아빠와 이혼한 엄마를 따라 캄보디아까지 오게된 수아. 빚갚느라 모든걸 다 팔고, 더이상 팔것도 없게 되었을때 그 빚을 감당하지 못해 야반도주하듯 캄보디아까지 오게 되었다. 캄보디아에는 엄마의 어릴적 친구 미경아줌마가 여행가이드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엄마는 여행가이드로 일하게 된다. 어느날 아프다던 엄마가 사라지고 만다. 태국학교에 있는 동안 다른유학생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고, 기숙사에서 새벽에 모닝콜까지 하며 모았던 금쪽같은 수아의 돈을 들고 도망간 것이다. 가이드일은 안나가면 엄마가 짤릴지도 모르는 상황. 철부지같은 이 대책없는 엄마로 인해 수아는 엄마를 대신해 가이드일을 맡게 된다. 오백달러만 벌면 이 지긋지긋한 캄보디아를 떠나리라 결심하면서 어서빨리 돈을 모으리라 결심하면서.

그렇게 수아는 엄마대신 가이드일을 했다. 첫가이드일. 여행온 개성있고 인간미 있는 한국인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 특히 캄보디아친구 쩜빠와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보는 내내 날 미소짓게 했다. 아웅다웅하는 모습속에서 웬지 모를 애정이 보인다고 할까. 가이들일을 하면서 수아는 쩜빠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되고 캄보디아의 진정한 면을 다시금 보게 된다. 더불어 충격을 받아 잊고만 있었던 기억까지 찾아내게 되고 엄마와 화해하게 된다.

책을 읽는동안 어느새 난 수아가 되어 엄마를 원망했다. 왜 이 멀디 먼 캄보디아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해야 되는지, 아빠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라면서 왜 아빠와는 이혼을 했는지, 왜 철부지 같은 엄마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해야 되는지 도저히 알길이 없었다. 어쩌면 알기 보다는 원망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게 엄마때문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진정으로 자신을 챙겨주고 생각해주는 엄마, 미경아줌마, 쿤라, 쩜빠, 쏙천, 삼콤할배등 주변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아는 어느새 그들을 또다른 면을 보게 되고 한발짝 그들에게 다가서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이 클때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하게 되는것 같다. 다른사람을 평가할때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오해하고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편견이나 생각들이 오해를 쌓고 벽을 쌓고 금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 벽을 허물고 그 안을 바라보게 된다면 보일것이다. 진정한것, 진실된 마음은 언젠가는 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삶이, 이런 인생이 지긋지긋하고 싫었던 수아, 망고라고 불리는 것도 싫고, 캄보디아도 싫고 자신까지 싫다던 수아는 어느새, '내 이름은 망고입니다' 말하고 있다. 마지막 문장 '아-나는 지금의 내가 막 좋아지기 시작했다'라는 수아의 말에 어느새 나는 손뼉까지 치고 있다. 앞으로도 힘든일은 생기겠지만, 이제 수아는 이전처럼 외롭지 않을것이다. 따뜻하고 정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까.

재미있고, 기분좋고, 따스한 소설이다. 수아와 친구들을 만나서 반가웠고, 더불어 캄보디아의 여행에 슬쩍 끼어 이곳저곳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내이름은망고, 창비청소년문학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