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로부터 홀가분해지고 싶을때가 누구나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그 무언가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말이다. 요즘들어 자꾸 나태해지고 게을러지고, 아무일도 하지 않고 며칠 푹 쉬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그러다가, '내가 이렇게 쉬면 안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일에 몰두하곤 한다. 책임감이 나를 쉬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홀가분하게 나를 훨훨 털어버리는 일조차도 사치라고 느껴지니 말이다. 조금 더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이 압박감으로 자리잡다보니, 일을 하면서도 즐겁지 않은것이 사실이다. 훨훨 털어버리고 홀가분해질수 있다면, 인생이 삶이 즐겁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모든것이 귀찮게 느껴지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홀가분』을 만났다. 나를 다독이는 책을 읽을때면 그 순간만큼이라도 마음이 평안해져서 좋은것 같다. 이번에 읽은 『홀가분』역시 나를 편안하게 다독여 주어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따끔한 충고나 조언이 아닌 따뜻한 말과 이야기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책. 제목처럼 나를 닥달하지 않고, 구석으로 몰아세우지도 않고 편안한 쉼터에 앉아 마음을 쓰다듬어주고 홀가분해주게 만들어 주는..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소설과 달리 내용이 이어지는 책이 아니라, 편안하게 마음가는데로 이페이지, 저페이지 손가는데로 읽을수 있어 더 좋았던 책, 장소 구애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첫번째 처방전- 그래도, 나를 더 사랑하라 (조건없이 이유없이)

*두번째 처방전-내 마음을 쓰다음고 보듬고 (아프고 힘들수록 토닥토닥 다독다독)

*세번째 처방전-언제나 당신이 옳습니다. (나의 결대로 나의 호흡대로)

*네번째 처방전- 때로는 서로 어깨를 맞대어라 (행복한 마주보기, 건강한 거리두기)

*다섯번째 처방전-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나입니다. (가장 뒤늦게 가장 아프게 배우는 깨달음)

 

이 책의 목차이자, 주된 내용이기도 하는 위의 처방전에 실린 저자의 공감가는 이야기들, 편안하게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주변이야기, 자신의 이야기, 일화나 일상의 이야기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을때, 일상에서 홀가분해지고 싶을때 나를 놓아두고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인것 같다. 개인적으로 목차의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특히 아프고 힘들수록 토닥토닥 다독다독. 웬지 입가에 미소가 이게 만든다고나 할까.

 

자기 핸디캡 전략의 최종목적은 자존심을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자존심은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려는 마음이라서 어떤 경우엔 내 자존심이 남들 눈엔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쓸데없는 자존심처럼 보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데 세상에 쓸데없는 자존심이란 없지요. 그러므로 어떤 상황, 누구의 자존심도 쓸데없다 힐난하지 않고 인정부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쓸데 없어 보이는 다른사람의 자존심까지 사려깊게 존중하는 행위는 다른사람에겐 쓸데없어 보일수도 있는 내 자존심을 잘 보호하는 가장 현명한 전략일지도 모릅니다.(p30~31)

 

겉으로만 보면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나와 전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나름으로는 그럴만한 충분하고 절절한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아빠의 발위에서 보는 세상과 아이의 머리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같지만 다른것처럼, 어쩜 그런게 바로 세계관일지두요.(p110~111)

 

책을 읽으면서 삶에 압박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주변을 너무 의식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에 큰 도움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야 된다는 생각이 스트레스로 이어져 왔던 것은 아닐까 싶다. 책을 읽다보면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많은것 같다. 어울림, 관계..그 모든것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려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돌아보면 조금은 더 나를 이해하게 되는것 같다. 어쩌면 나는 '나에게 관대하지 못해서, 나에게 엄격해서' 홀가분해지 못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부터 나 자신에게 조금은 관대해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다면, 조금은 삶이 더 편해지지는 않을까.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해주어 좋았던 책. 읽는동안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크게 무슨 비법이나 방법을 찾고자 읽는다면 조금은 시시할수도 있지만,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고 싶은 이라면 편안하게 읽을수 있는 심리서적인것 같다.

심리처방전, 홀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