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사람의 마음, 자식과 관련된 일, 공부 등이다. 시간도 그 중의 하나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데 시간을 팔다니...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까 참으로 궁금했다. 책을 든 순간부터 마치 탐정소설처럼 의뢰인, 냉동실과 같은 용어들이 나와서 더욱 더 내용을 추측하기가 힘들었다.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셜록홈즈의 추리소설에는 의뢰인이 직접 방문해서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여기는 청소년 소설답게 온라인으로만 사건을 의뢰받고 익명으로 처리되며 의뢰인과 의뢰받은 사람이 만나는 일이 없다.

주인공 ‘온조’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사소하게 일어날 수 있는 도난사건이나 이성문제, 선생님에 대한 짝사랑 등이 참신하고 재미있게 전개되고 또 시간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13시로도 또 다른 시간으로도 우리 곁에 머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시간을 생각 속에 간직하고 있다면 과거든, 미래든 시간은 현재의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 잘 마음에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을 판다는 것은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경험이나 기억 혹은 미래의 모습을 파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미래에 그 사람이 없더라도 시간을 잡아두고 싶은 간절함 때문에 현재 마음속에서 그 사람을 보내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언제까지나 살아있는 것이다.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모두 24시간 똑 같이 하루를 산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은 우리와 다른 삶을 산다. 그 이유는 간절함이나 절박함의 차이가 아닐까? 멀리 갈 것 없이 가까이서 살펴보아도 어떤 사람을 하루를 다른 사람의 1주일만큼이나 알차게 살아간다. 아! 절박함은 그렇게 우리 곁에서 시간의 모습을 다르게 보이는 하는 힘임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의 시간을 쪼개 남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남의 아픔을 이해해 가는 활동들을 통해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배려하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알게 된다.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체험을 한다는 뜻이고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나름 다 고민과 고통을 겪고 제 3삼자는 알고 있는 답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책에 나오는 ‘그 아이’가 바로 그런 경우다. 어릴 때 우연히 슈퍼에서 껌을 훔친 후 어머님의 얼음처럼 차가운 병적 반응 때문에 오히려 남의 물건에 손에 댄 후 끝내 자책감과 치욕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그 아이’는 다른 친구들이 아는 답을 모른 경우이다.

결국 온조를 비롯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 그 아이’는 자신을 둘러싸고 불어대는 바람에 맞서는 법을 배운다. 원리는 바로 혼자서는 맞설 수가 없는 상황도 반드시 사람들과 함께 바람 앞에 서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의 상점에 의뢰했던 또 한 사람 강토가 있다. 강토의 가족 역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원수처럼 얼굴을 맞대지 않고 살아가지만 시간을 파는 가게주인의 도움으로 시간을 가족끼리 조금씩 나누어 가지는 것이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가족을 화해시키고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상기 시킨다. 가게 주인은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때 빨리 가서 만나라고 우리 모두에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이 ‘시간’이라는 다소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재미와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명랑하고 솔직한 주인공과 친구들과의 우정, 학교생활의 갈등조차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선생님, 친구 같은 엄마 등 우리가 공감 할 수 있는 인물과 사건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책이 지식만 제공해도 재미없고 재미만 준다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게 된다. 이 책은 재미와 생활의 지혜를 흥흥 진진한 모험 같은 상점을 운영함으로써 생생하게 실감나게 잘 전달해 준 것 같다. 무엇보다 온조와 난주 그리고 정이현과의 3각관계도 아주 쉽게 솔직함을 무기로 해결해 버리고 흉허물 없는 친구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도 참 인상적이다. 학교폭력이 난무하고 사회전반에 걸쳐 이슈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학교폭력 문제도 슬기롭게 공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제기하고 또 학생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것도 흥미롭다. 우정 때문에, 사랑 때문에, 싸우고 울고 웃는 인생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다 세밀하게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가르쳐 주어 학생들에게 좋은 지침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