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이 환한 거리에 있지만 왠지 외롭고 낯설어 보여서 더 애틋한 느낌이 드는, 대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철저히 혼자인, 편리한 문명의 이기가 모여 있지만 때로는 더 소외감이 들게 하는 그런 곳이 어쩌면 대도시가 가진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서울에 관한 6편의 단편은 서울이면서 서울이 아닌 모습을 담고 있다. 고향이라는 개념은 어쩐지 태어났지만 떠나온 곳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대도시에 태어나 대도시에서 자란 나로서는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오히려 계속 살아왔던 익숙한 공간이기에 낯설고 삭막하기보다 그저 일상의 풍경 같은 느낌이다.

  같은 공간을 살아가지만 타인과도 같은 이웃들. 그 곳에는 백악기 때 피었던 백합이 공룡이 남기기 못한 발자취를 지금껏 이어오듯, 시간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기도 하고, 프라자 호텔이라는 한 공간이 랜드마크가 되어 20년 전후의 두 남녀의 삶을 교차시키기도 한다. 여전히 같은 사람들이지만, 이제는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그 곳에도 추억이라는 이름이 시간이 켜켜이 쌓여가는 것이다.

  때로는 스스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상 같은 실제와 반복되는 다툼을 벌이기도 하고,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 언제나 틀에 맞추어서 구성된 레시피를 꼭 지켜나가야 하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면서, 타인이 관여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삶이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삶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고단한 하루를 보내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이라는 공간 자체는 무한경쟁과 이기적인 욕심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지만, 그 곳에는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억하고 아끼면서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저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내가 그 곳에 있기에 의미가 있는 곳. 그런 느낌들이 여전히 유효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