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애니 <컬러풀>을 봤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야기는 그 진정성 때문에 더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의 눈앞이에 맞춰서 그들을 한 사람으로 보고, 교훈 대신 실질적인 감동을 느끼게 해 주었다. 모리 에토의 글은 착하지 않지만 정곡을 콕 찌른다. 그 소설에는 아이들을 틀에 넣지 않는다. 아직은 서투른 그들에게 좋은 깨달음을 전해주려는 취지는 분명 있지만 그것이 전형적이거나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의 현실, 그들의 감정을 드러내어 그것이 안으로 곪게 하는 대신 터트리게 만든다. 상처는 남을 지언정 그것 때문에 무언가를 잃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결코 독자층을 한정시키지 않는다.

 

  이 세 편의 단편 모음집은 피아노를 매개로 어느 순간, 스스로 자신이 어른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물론 그 단계를 넘어섰다고 바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되고, 못난 점까지 인정하게 되는 순간을 통해서 아이들이 그저 착하고 순수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가진 존재임을 각인시켜준다.

 

  1년에 한 번 모이는 사촌 형제들의 여름 별장 합숙기는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아이들이 형과의 헤어짐을 통해서 진정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형의 잘난 척이라고 여겨졌던 로베르트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의 감상 시간이 얼마나 애틋한 시간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소년과 허언증에 시달리는 소녀의 상처 치유기에는 바흐의 <골들 베르크 변주곡>이 깔린다. 피아노 교실에서 추는 멋진 왈츠에는 에릭 사티의 <자질구레하고 유쾌한 남자>가 정말 어울리는 것 같다.

 

  전혀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음악이 참 많은 것을 서로 공유하고 느끼게 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엔 이 세 곡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나는 언제 그런 틀을 깨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