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하는 순간 앗 하는 탄성을 자아내는 책이 가끔 있다. 오래도록 읽고 싶어 했던 책을 찾았을 때나 이런 책도 있구나 하는 느낌.. 후자 쪽에 가까운 느낌의 무협 단편집.. <가스라기>의 진산 작가의 책이라는 것도 그랬지만, 장편이 아닌 무협 단편 그것도 7편이나 만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고, 한 번 시작하면 수십권에 달하는 무협 장르에 과연 단편으로 완결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타고난 이야기꾼인 진산의 글쓰기는 그런 우려를 말끔히 날려준다.

  더 재밌었던 것은 7편의 단편에 대한 탄생 비화들이었다. 작가의 말이나 역자후기를 먼저 읽어보는 몹쓸 버릇을 가진 나로서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오래오래 생각하고 쓰여진 것이 아니라 단숨에 쓰여졌다는 놀라운 사실들은 작가가 아니라 이야기가 이야기를 불러 들인다는 속설이 정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첫 단편 <광검유정>에서는 아버지와 딸 그리고 딸의 정인의 기묘한 삼각관계를 쫓아간다. 결국은 대결함으로써 밖에 정리될 수 없는 관계에 대한 울림이 서늘하게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요즘 단 한 줄의 역사서에서 탄생하는 역사 픽션들처럼 과거에서 살아온 운명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청산녹수>는 예언과 충성, 가족애 사이에서의 선택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떠도는 설화처럼 이야기처럼 나열된 이야기들이 반전을 이끌어 내면서 놀라움을 선사해 준다. <백결선생>은 그보다는 더 가슴아픈 이야기이다. 자신의 정인이 자신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는 설정과 관계의 복원에 대한 집착같은 바느질이 무척이나 가슴 아팠다.

  뒤에 이어지는 <고기만두>, <웃는 매화>, <날아가는 칼>, <잠자는 꽃>은 의도하지 않게 풍적회의 네 인물 철죽, 소매, 취국, 묵란이라는 인물들의 연작 소설이 되었던 것 같다. 그들의 과거와 풍적회의 흥망 그리고 서로의 존재에 대한 사멸까지 네 인물들의 궤적을 따라가보는 것도 흥미롭다. 7편의 독특하고 특별한 이야기와의 만남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진산, 가스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