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동반한 순례길과 마니차를 시작으로 사진 하나하나에 담긴 글귀가 담백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에서 만났던 그 곳의 느낌이 고스란히 다시 전해진다. 여행이라기보다 순례에 더 가까운 듯한 그 담담함이 따뜻한 여운과 함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고요함 속에는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별빛과 아울러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하는 신비로움도 숨어 있다. 다른 나라들이 외부와 싸워 나갈 때, 내부의 적과 싸우며 안으로 내적 탐험을 계속해 온 그 곳의 아픔도 엿보인다.

  한 번 돌리는 것이 불경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는 마니차, 종교와 인간이 나누는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그들의 존엄성과 보다 나은 미래를 희망하게 만든다. 마음을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얼마나 더 어려운 것인지도 배우게 된다. 간결한 글 속에 담긴 긴 여운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게 한다. 손님에게 세 잔의 차를 대접함으로써, 이방인에서 손님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따뜻함이 숭고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눈부시도록 파란하늘이 모든 것을 빼앗긴 그들의 모진 삶을 더 안타깝게 하기도 한다.

  역사적인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척박한 땅의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러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그들. 가진 것도 많이 없으면서도 더 내어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그들. 그들의 인사처럼 모두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