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책을 덮으니 그 거리가 떠오른다. 아기자기한 중고숍과 헌책방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고, 맛있는 커피향이 거리를 감싸고 탁트인 공원과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곳. 내가 알고 있던 뉴욕과는 또 다른 그 속에서 살아봐야만 볼 수 있는 생생한 모습이 참 근사해 보인다. 그런 거리로의 산책은 참 근사할 것 같다. 잠깐의 여행이 장기체류가 되어 버린 그녀의 심정이 좀 이해된다고나 할까? 볼거리가 아니라 도시 그 자체가 확 와닿는 느낌이 신선했다.

  뉴욕은 가보지 않아도 가본 것처럼 우리에게 낯선 도시가 아니다. 그 자체가 관광명소이며, 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뉴욕은 동경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거기에는 화려함과 더불어 멋진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은 환상으로 포장되어 있다. 실제의 뉴욕이라기보다 보고 싶은, 보여주고 싶은 뉴욕이랄까? 한 번쯤 가보고 싶지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 데, 그녀가 그려내는 거리의 모습을 따라가자니 부러운 것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제목과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었는 데, 내용도 일기에 가까운 에세이에다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같아서 좋았다. 많은 돈을 들여서가 아니라, 그녀 말대로 물 한병, 책 한 권, 지도와 매트로 카드, 수첩과 카메라를 들고서 산책하듯 곳곳을 걸으면서 만나는 여행은 근사했다. 멋진 도서관,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은 인터내셔널 센터, 트리프트 숍, 하우징윅스, 그린마켓과 커피와 함께 할 수 있는 북카페 등은 뉴욕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또한 거리에 넘쳐나는 쓰레기나 노숙자들 그리고 파업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뉴욕은 색달랐다. 화려함 속에서도 그라운드 제로를 통해서 함께 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에게서 때로는 혼자인 듯 외롭지만 한없이 가까울 수도 있는 삶의 모습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배우게 되는 것 같다. 가보지 못했지만 꼭 여행을 다녀온 듯한 뿌듯함이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