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어본 바로는 이 책은 희곡이라는 것에 대한 통찰이 정확하게 담겨 있는 작고도 매우 유익한 책이었다. 나는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이 책처럼 들고다니기 쉬운 포켓사이즈에 내용도 알찬 책들을 사랑한다. 이런 책들은 자주 들고 다니면서 읽고 그 내용을 체화시키기에 더 없이 좋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1日30分」과 같은 책은 100번도 넘게 들고다니며 읽었고, 내 무의식의 세계까지 내용을 집어넣은 좋은 책이었다. 이 책도 그와 같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우면서도 굉장히 심도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희곡의 분석이라, 과연 뭘까? 희곡을 잘 쓰게끔 만들어 주는 책일까?’하는 심정으로 읽으려 했다. 하지만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이 책은 희곡 대본을 읽어내는 기술에 관한 책이다’라고.

  희곡 대본을 읽어내는 기술,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기술이 아니던가. 소설, 수필, 경영 및 사회서적 등 여러 책을 많이 읽어서 읽는 것은 익숙하지만 희곡이란 장르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다른 느낌. 하지만 그 느낌을 분명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냥 무턱대고 읽으면서 문장으로 이루어진 대사들을 파악하기에는 텍스트 안에 감추어진 서브텍스트가 너무 많아 보였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곡 읽기를 멈추고 바로 이「통쾌한 희곡의 분석」을 읽어나갔다. 너무도 재밌게 읽어 나갔다. 내용이 나에게는 제법 어려운 것이 많아서 통학하면서 읽기에는 버거웠다. 정말 공부하는 심정으로 책상에 앉아 집중하며 읽어 나갔다. 읽으면서 느낀 점은 내가 정말 희곡을 대충 읽고 있었구나. 단지 희곡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어 파악하면 그것으로 희곡을 다 읽었다고 생각한건 정말 오산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무엇이 사건을 일으키는지, 인물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무엇이었는지, 사건들의 연결고리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파악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희곡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라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었다.

  책은 크게 3가지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희곡이란 놈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고, 두 번째는 희곡을 정말 읽기 위한 방법론을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희곡을 읽고 쓰기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한 두번 읽어가지고는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이 책은 이 책 한권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언급된 희곡들을 가져다가 직접 읽어보면서 다시 책으로 돌아오고 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나에게 숙제를 많이 던져 주었다. 영화 같은 경우는 대부분 시나리오가 직접 창조되어서 작품을 만들게 되지만, 연극 같은 경우는 기라성같은 희곡작가들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경우가 많다. 거대한 산 같은 셰익스피어나 안톤 체홉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과연 어떻게 희곡을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 책은 잘 알려주고 있다. 작품을 제대로 분석할 줄 안다면 배우의 경우 어딜가든 캐스팅이 될 것이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무대 디자이너라면 연출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과 작품이 조화되는 멋진 무대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며, 연출자라면 조연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만의 연출을 해낼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은, 희곡을 제대로 분석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인생이란 자기만의 텍스트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희곡에는 실제로 여러 가지 인물이 나오고 그 인물들과 관련된 배경들이 무수히 많이 나오며 각자의 동기에 의해 갈등이 생기고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것이 비록 텍스트 안의 일이지만 인생 전반에 있어서도 분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나와 타인의 관계. 나와 사회의 관계 등을 생각해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리고 나의 인생에서 무엇을 이뤄야 하는 것인지 등을 심도있게 고민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어느 정도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통쾌한희곡의분석, 데이비드볼, 연극과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