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들어선 독재 국가 판엠. 판엠의 중심부 '캐피톨'은 예전의 로키 산맥이 있던 자리에 위치하고 있고, 그 곳을 중심으로 판엠의 사회가 구성되고 있다. 주변 12개 구역은 그저 캐피톨에 엄청난 세금을 내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탄광산업을 중심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12번 구역 중에서도 경계 출신의 여자아이 캣니스는 탄광에서 아버지가 실종된 이후, 어머니와 너무나도 사랑하는 여동생 프림과 함게 살아가고 있다. 약재상의 딸이었던 어머니는 약초를 가지고 약을 만들고, 프림은 자신이 키우는 염소 젖으로 치즈를 만들어 팔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가족이 살아가기 위한 모든 원천은 캣니스가 친구 게일과 함께 금지된 구역, 초원으로 가서 사냥을 하는 것이다.

과거 주변 구역의 반란을 제압한 캐피톨은, 해마다 그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헝거 게임'이라는 대회를 개최한다.

굶주림(hunger)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듯이 이 게임은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룰을 가지고 있다. 해마다 일정한 나이대의 소년 소녀들의 이름을 넣은 통에서 각 구역의 참가자를 선발하는데, 이름을 하나씩 더 집어넣을 수록 보급품을 지급한다. 캣니스와 게일은 가족을 위해 이름을 집어넣었다. 이 불공평한 규칙때문에 가난한 이는 헝거 게임에 선발될 가능성이 높은, 그야말로 부자들의 세상인 것이다.

 

행복한 헝거 게임 시즌이 되시기를! 그리고 확률의 신이 언제나 당신 편이기를!

-p.23~24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헝거 게임. 의무적으로 추첨에 참가해야 하는 주민들은 하나 둘 광장에 모이기 시작한다. 절망적이게도 이번에 처음으로 추첨자 대상에 명단이 오른 프림이, 수많은 이름 중 단 하나 있었을 프림이 이번 헝거 게임의 여자 참가자로 선발된다.

사랑하는 동생을 내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캣니스는 자신이 대신 헝거 게임에 자원하게 되고, 남자 조공인으로 선발된 피타와 함께 캐피톨로 떠난다.

 

그저 내가 계속 바라고 있는 것은...... 캐피톨이 나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야.

나는 그저 헝거 게임의 작은 한 부분이 아니고,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p.148

 

헝거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그러나 잔혹하다. 각 구역에서 선발된 조공인 24명을 한 장소로 보낸다. 그 곳에서 서로를 죽여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한 명의 조공인이 그 해 게임의 우승자가 되는 것이다. 우승자는 자신의 구역으로 금의환향하고, 평생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자가 된다.

그러나 이 게임은 캐피톨에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한 것으로, 그들을 위한 유희, 엔터테인먼트다. 조공인들은 게임이 시작되기 전 트레이닝센터에서 각종 훈련을 받고, 게임 운영자에게 자신의 특기를 내세워 점수를 받아 이를 토대로 각 조공인들의 멘토는 게임 중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스폰서를 섭외한다. 참가자들이 한 명씩 죽을수록, 더더욱 게임의 열기는 뜨거워지고, 내기에 거는 돈 역시 점점 높아진다.

과연 캣니스는 이 헝거 게임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인가?

 

 

읽는동안 짐작할 수 있듯이 주인공인 캣니스는 분명 우승할 것이다. 화자가 죽어버리면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으니 말이다.

<헝거 게임>의 설정은 예전에 상당히 유명했던 일본의 영화 <배틀 로얄>과 상당히 흡사하다. 무작위로 추첨된 십대들이 격리되어 서로를 죽고 죽이는 게임을 벌이는 것. 그러나 판엠의 세계는 훨씬 더 불공평하고, 훨씬 더 잔혹하다.

12번 구역에서의 비참한 생활, 캐피톨에서 평소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매력을 뽐내던 캣니스, 게임을 위한 피타의 설정 등 이야기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조공인들이 한 명씩 죽어가는 동안, 우승을 향해 점점 다가가는 캣니스의 이야기는 책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흘러간다. 책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동안에도 작가는 나의 긴장의 끈을 쉽사리 놓지 못하게 한다.

 

'헝거 게임'이라는 설정 하나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대한 몰입 뿐 아니라 십대 소녀인 캣니스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녀의 심경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쏠쏠하다. 헝거 게임을 통해 자신에게 닥친 수없는 시련을 겪어 내면서 성장하고 어린 시절 죽어가던 중 자신에게 빵을 던져 주었던 소년 피타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과 그로 인해 혼란을 느끼는 캣니스의 모습을 통해 게임의 진행 상황과 더불어 로맨스와 캣니스의 성장통을 함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영화화가 진행된다는 만큼 영화로 만들어지기에도 안성맞춤인 로맨스, 성장, 엔터테인먼트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이 소설은 감히 올해 내가 읽은 책 중 최고라고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에 박혀있던 <계속>이라는 두 글자가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어서 헝거 게임 2부 <캣칭 파이어>를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