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일과 그 수수께끼에 대한 풀이라는 미스터리의 구성과, 그럼에도 묘한 여운을 남게 하는 온다 리쿠 특유의 화법과, 각 단편의 배경이 되는 독특한 지역을 그려내는 시정은 낭만이 넘친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기괴함과 공포라 할지라도, 이런 거 한 번 볼 수 있다면 기꺼이 따라가 보고 싶어진다. 딱히 서로에게 과한 관심을 보이지는 않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다몬은, 상당히 좋은 여행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만의 독특한 감성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라 더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책의 말미에는 작가가 직접 각 단편에 대한 코멘트를 붙여뒀다. 실제 배경이 되어준 여행지에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하며 모티브에 관한 언급에서부터 이건 이러이러한 것이고, 여기 등장하는 것은 이런 것이고, 이들처럼 기차를 타고 맥주도 한 번 마셔보라고 독자들의 등을 슬쩍 떠밀어버린다. 내가 그 곳에 간다고 여사님처럼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는 씁쓸한 결론으로 귀결되었지만.

  여행이야말로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시간 속에 흘러가는 일상의 틈이고, 그 틈이 모인 것이야말로 '불연속 세계'가 아닐까. 그래서 다몬이 여행지에서─정작 다몬은 여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수 있지만─만난 여행지를 묶어낸 이야기들은 <불연속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불연속 세계>야 말로 미스터리와 호러, 여행을 소재로 해서 그녀만의 상상력을 가미하는 온다 리쿠의 테마와 스타일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 소설집이다. 온다 월드의 팬으로서도, 온다 리쿠를 잘 모르는 이로서도 새롭게 만나보기에 꽤나 적절한 느낌적인 느낌!^^

벚나무는 일 년의 태반을 풍경 속에 묻혀 지내는 나무다보니, 꽃이 피었을 때가 상당히 특수한 상태고 또 기이하다. 기시감처럼 해마다 되풀이되는 그 광경은 향수와 동시에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군, 그리움이란 공포의 동의어나 다름없군._p.12, 「나무지킴이 사내」

전 유령 주택이란 게 그런 거다 싶거든요. 세월이 지나면 장소가 기억을 지니게 된다는 생각 안 드나요? 건물에 흠집을 내거나 물건을 갖다놓고 하면 어떤 흔적이 남죠. 바꿔 말하면 그걸 기억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_p.36, 「나무지킴이 사내」

무서운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 다몬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우아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해야 한다._p.111, 「악마를 동정하는 노래」

"왜 다들 그렇게 거꾸로 뒤집힌 걸 좋아하는 걸까." 다몬이 중얼거렸다. "어렸을 때 가랑이 사이로 세상을 본 적 없어? 그 느낌이 생각나서 그런 게 아닐까?"_p.192, 「사구 피크닉」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사라졌다'는 말을 쉬이 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이나 물건은 그렇게 간단히 사라지지 않는다._p.207, 「사구 피크닉」

무서운 이야기. 그런 것은 굳이 찾지 않아도 주위에 얼마든지 뒹굴고 있다. 사고, 지진, 병, 구조조정, 스토커, 석면. 그러나 요새 실록 괴담이 점점 더 인기를 끄는 것은, 고전적인 유령이나 저주 이야기가 오히려 향수를 자극하고 누구나 공유할 수 있어 안도감을 주기 떄문이 아닐까. 세계가 이토록 세분화되어 세대 및 집단 간에 가치관의 차이가 현저해진 지금,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공포감뿐인지도 모른다._p.238, 「새벽의 가스파르」

비극과 희극은 정말 종이 한 장 차다. 무서운 이야기와 웃기는 이야기 또한 거리가 거의 없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리라._p.261, 「새벽의 가스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