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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힘은 수학 혹은 수학적 원리에서 출발했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사람들의 ‘사유 방법’을 살피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누구는 인간이 생각하고 말하는 모든 것, 더 나아가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현대의 철학은 이제 로직만 남았다고도 하고 또 누구는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철학을 어떻게 정의 내리든 우리가 철학 부재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적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철학자들. 그들은 철학자이자 시인이고 예술가였으며, 무엇보다 과학자이자 수학자였다. 이 책은 서양철학의 역사를 일군 철학자이자 수학자들의 사유의 방법을 따라가봄으로써 ‘수학을 통해 철학하기’ 혹은 ‘철학을 통해 수학하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러한 수학적 사유법의 진화가 곧 이 세계의 발전과 진화를 이뤄냈다는 것이 저자의 통찰이다.

수학의 역사는 우리에게 친숙한, 즉 상식적인 ‘유클리드’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이 존재할 수 있으며 따라서 우리가 알던 도형에 관한 많은 지식이 사실상 특정 공간에서만 성립하는 상대적 진리였다는 것을 깨달아간 역사다. 이렇듯 수학의 역사는 ‘사유’라는 이름의 이성의 눈이 끊임없이 확대되어간 여정이었다.

저자는 이 책이 제시하는 수학의 역사가 단지 ‘수학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철학적 사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 책은 서양의 철학적/수학적 사유 방식만이 아니라 음양론과 오행론으로 대표되는 고대 중국인들이 철학과 과학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소개하며 동서양의 사유 구조를 대비시키며, 또 동양적 사유가 수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철학적 사유의 진화과정에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저자는 현대수학의 세계로까지 발을 내디디며, ‘문제 앞에서 생각하는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아울러 ‘생각이 실종된 사회’가 얼마나 큰 문제를 남기는지 고민한다. 수학이 단순히 ‘성적 올리기’의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현실을 고민하면서 수학이 진정한 ‘사유 원리’의 학문으로서 제 자리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갈파한다.

우리가 알던 수학은 이 책에 없다, ‘수학’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법!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수학’의 힘을 배운다!

● 창백한 결과물이 아니라 역동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보통 수학을 보수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수학은 늘 기존의 것들을 의심하고 회의하면서 발전해온 무척 진보적이고 반골적인 학문이다. 그럼에도 수학을 보수적이고 또 위협적으로까지 느끼게 되는 것은 그 모든 수학적 사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 앞에 ‘던져졌기’ 때문이다. 그 모든 역동적인 과정은 사라진 채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바로 그 ‘역사적 과정’을 ‘철학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저 암기의 대상이었던 사실들을 연속적인 과정 선상에서 이해하고, 그런 사실들이 지닌 가치를 ‘새로이’ 발견하게 한다.

● 포인트를 짚어준다

과정에 의한 당연한 결론이었든 의외의 놀라운 반전이었든 특별히 주목할 만하거나 의미 있는 순간 혹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사건이나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 또한 더해졌다. 물론 그 사건과 사람들을 낳은 역사적 상황과 철학적 기반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었다.

● 동양철학이 지닌 수학적 사고력

철학이라고 하면 보통 서양철학‘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일반적으로 ‘철학=서양철학’이라는 등식이 통용되면서, 이제 동양철학을 ‘훈고학’이라고 여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수학적 개념을 ‘철학적’으로 설명할 때 서양철학보다 동양철학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개념에 대한 이해가 훨씬 선명해지고 구체적이 될 수 있다. 이에 이 책에서는 서양철학에 가려 과소평가된 동양철학이 가진 ‘수학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 논리적 사고, 지루한 게 아니라 재미있는 것!

이러한 사실들을 보여주어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독자들은 철학과 수학에 대한 관심과 약간의 이해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바로 철학하는 것이고 수학하는 것이며, 그것이 그렇게 어렵고 ‘학문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고 재미있기까지 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책 속에서

사유의 결론인 지식의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진정 배워야 할 것은 이러한 태도, 즉 자세다. 그러니 뻔한 것을 왜 증명하려 하지? 그런다고 결론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이런 ‘실용적인’ 생각은 금물이다. 이런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이 틀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새로운 사유방식은 하나의 전통이 되어 계속해서 또다시 새로운 현실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 본문 23쪽

아리스토텔레스의 세 가지 논리법칙은 최종적으로 동일률(A는 A이다)로 결론지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동일률은 그 원류를 따지고 들어가면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존재하다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든지 존재하지 않다가 존재하든지 수는 없다”는 형이상학을 주장한 파르메니데스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 본문 37쪽

완벽한 것 같던 유클리드의 기하학 체계에도 이런 구멍이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권위에 그냥 굴복하지는 말자. 독일의 수학자 힐베르트는 이 부분을 포함한 유클리드 기하학의 몇 가지 결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공준을 만들어 1899년에 《기하학의 기초》라는 책을 썼다. 이제 《원론》에 나와 있는 다른 문제를 보자. - 본문 44쪽

수학으로부터 시작된 서양의 사유는 존재론적인 논리법칙, “A=A”라는 세계관에서 출발했다. 마찬가지로 음양론과 오행론으로 대표되는 고대 중국의 사유는 생성론적인 논리법칙, “A 卽非 A, 是名 A”라는 세계관 속에서 태동된 체계이다. 여기서 두 가지의 중요한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 본문 73쪽

다시 말해 달도 사과와 마찬가지로 지구로 ‘떨어진다’. 그런데 사과는 땅에 닿으면서 낙하를 ‘성공’하는 반면 달은 떨어지지만 계속 옆으로 비스듬하게 떨어지면서 낙하에 ‘실패’한다. 따라서 달은 결국 지구에 닿지 못하면서 낙하운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 본문 102쪽

함수라는 개념이 생긴 이후로 다양한 함수관계들이 발견되었으며 이에 따라 복잡다단한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정리, 분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우리가 여러 함수를 살펴보았듯이 함수라는 것이 변화의 규칙이기 때문에 함수를 분석한다는 것은 변화를 이해한다는 의미가 된다. 변화를 이해함은 두 가지 내용으로 정리된다. 그 하나는 변화하는 방식(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한 정보이며 다른 하나는 변화한 결과로서의 총량에 대한 정보이다. - 본문 112쪽

■저자 장우석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나름의 철학적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학창시절 “수학은 신(神)과 대화하는 학문”이라는 수학선생님의 말에 어떤 느낌이 와서 수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에 재학 중 창백한 수학보다는 생동감 있는 철학에 더 관심을 갖게되어 같은 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에서 수학교사로 재직 중이며 수학과 철학, 역사 등 다방면을 폭넓게 공부하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수학멘토》(200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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