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일단 특이한 이름으로 인해 한번 더 시선이 갑니다. 올해 가장 화제가 되었던 한 방송사의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듯한 느낌 때문에 장난스러운 인터넷 소설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입부를 읽는 순간부터 정신없이 몰입하여 끝까지 읽어버리게 되는(워낙 얇은 두께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담고 있으면서 지독하고 적나라한 리얼리즘까지 동시에 포괄하고 있는 동화입니다.

 

잔혹한 전쟁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폭격으로 인해 부모님을 잃고 어딘가로 입양되는 처지에 놓인 불쌍한 소년입니다. 부모님이 '머시멜로우'가 되어버린 충격으로 인해 일시적인 기억상실까지 겪었던 주인공은 그를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양부모의 품에서 별다른 문제없이 성장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것이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임을 알아차립니다. 의사는 소년이 지진이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양부모는 소년을 위로하고 보살피며 어떻게든 이를 치료해보고자 애씁니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생각한 소년은 보금자리를 떠나 숲으로 향합니다.

 

아이들은 항상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돌리기 마련입니다. 전쟁이라는 불가항력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소년은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었고, 그 때문에 더 이상 누구도 잃고싶지 않고 피해를 주기 싫어서 스스로를 방어합니다.

지진이라는 것은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굳건한 중심이자 절대로 변하지 말아야할 자연이 요동치는 대이변입니다. 아이에게 있어 반드시 있어야할 중심축, 토대는 바로 부모가 되겠죠. 그래서 소년의 무의식과 죄책감이 스스로를 지진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돌아온 소년을 품어주는 것은 '물'입니다. 어머니의 양수와 같은 물은 상처입고 흔들리는 소년의 자아를 무한한 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감싸줍니다. 소년의 질환(?)이 확실히 치료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결국 치유될거란 사실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습니다. 양부모의 따뜻한 애정과 보살핌이 있기 때문이죠. 

 

전쟁의 후유증으로 상처를 입은 소년을 그리면서도 무덤덤하게 서술한다는 점에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과 비슷한 점이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수위가 낮으니만큼 아이들에게 읽히더라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상력과 작품성을 갖춘 책을 만난다는 것은 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참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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