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소유권은 어느 나라에 귀속시켜야 하는가?의 문제를 심도있게 다른 소설이다.

강화도를 침입(병인양요)한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간 외규장각도서 문제는 재불 서지학자인 박병선박사가 밝혀낸 직지심체요절과 의궤의 반환문제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소설의 장치, 조선의 프로페셔널에서 알게 된 조선의 책장주 조신선의 후손인 규장각 검서원이었던 조경환의 삶, 구텐베르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전설상의 책 상정고금예문, 펠리오가 약탈해간 돈황의 문서에 포함된 왕오천축국전의 완본을 둘러싼 프랑스, 독일, 중국과 한국의 입장이 두루 담겨진 이야기다.

 외규장각도서 반환이 기정사실화될 것처럼 보였지만 프랑스의 정권교체로 묻혀져가고 있는 시점에 소설로 출간되어 더 의미심장하다.

 다빈치 코드를 연상케하는 숫자로 된 암호, 비밀조직인 토트의 문화재 약탈과 보복의 문제, 동양의 서책이 보관된 비밀의 서재에서 발견한 전설상의 책을 둘러싸고 벌어진 살인사건(중국인, 일본인, 프랑스인의 연쇄적인 죽음)의 진범과 책을 찾아나선 사람들(헤럴드, 정윤선박사, 최박사)의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엉켜있다.

 역사적 실존인물과 절도혐의로 체포된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의 이름, 박병선박사를 연상케 하는 인물 등의 등장으로 일정 정도의 힌트와 복선이 곳곳에 배치되어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의 입장, 중국의 입장, 금속활자의 종주국의 지위를 잃어버린 독일의 입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문화재는 누구에게 있어야 하는가?

그것을 보관할 역량이 부족하기에 가져가서 잘 보관한 프랑스에게 소유권이 있어야 한다는 문화제국주의의 시각은 우리 문화재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치가 약탈해간 프랑스문화재, 펠리오가 약탈해온 돈황의 유물과 이집트 유물(물론 작은 돈을 지불하고 가져온 것도 있어 문제해결법이 복잡다단하다. 하지만 외규장각도서는 전쟁시 약탈해간 것이 분명하다.. 그 시절엔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며 전쟁의 피해보상을 일절하지 않는 나라들의 일관된 주장에 맥이 닿아 있다.. 유럽이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의 침략과 수탈에 대한 보상은 일절 하지 않은 것처럼)

 문화국가란 프랑스가 보유한 문화재의 대부분은 자국의 문화재라기 보다는 제국주의 시기 약탈 혹은 헐값에 거져가져가다시피 한 문화재들이 대부분이다.(*이는 영국, 독일, 러시아, 미국도 마찬가지) 한번 밀리면 루브르박물관이나 도서관에 보관중인 문화재의 대부분을 넘겨줘야 하기에 국가수반이 합의한 외규장각도서도 선뜻 내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규장각도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조경환의 마음처럼 우리 문화재에 대한 우리들의 마음도 그리되어야 하지 않을지.

과거와 오늘을 오가고 있는 외규장각도서의 비밀은 외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문화재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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