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계속 파 들어가면 어디가 나올까? 지하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대와 다른 차원도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물음표들을 던지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앎의 깊이가 넓어지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런 의문점들이 많이 해소되긴 했어도 여전히 나의 지식 수준과 과학의 수준으로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물음표들을 소재로 한 소설, 영화, 만화들이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의문점이 해소된 주제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임에도 여전히 인기가 많은 것을 보면 인간의 호기심이 무궁무진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터널이란 책을 보면서 90년대 중반경 본 영화가 떠올랐으나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검색을 한 끝에 겨우 찾아낸 것이 바로 언더그라운드이다. 2차대전 시기 유고슬라비아의 레지스탕스가 지하에서 무기 제조등을 하면서 저항운동을 하였으나 종전후에도 지도자가 사리사욕에 눈멀어 계속해서 무기를 제조 밀매로 치부를 하던 것이 침팬지 탈출로 거짓말이 탄로나게 되는 내용의 영화..이와 유사하게 통제된 환경하에서 지도자가 정보를 왜곡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소재로 하는 소설도 TV드라마화 되어 방영된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웰 컴투 동막골의 무대가 된 강원도의 산골주민처럼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보 통제력을 보유한 지도자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삶이 크게 달라진다는 문제는 소설 터널도 예외가 아니란 생각이다.

 

현재 시점의 런던에서 고고학자인 아버지 버로스박사와 그 아들 윌 버로스는 버려진 땅 속을 발굴하는 괴짜 부자, 마을 주민들이 골동품이라고 가져오는 물건들, 소설 도입부에 발견되는 이상한 지하 공간과 설비들, 그리고 버로스 박사가 목격하는 이상한 사람들과 썩은 곰팡내가 앞으로 이들이 겪을 모험담의 전주곡을 예고하면서 소설을 시작된다.

 

윌은 자신과 비슷한 신세인 체스터와 자신만의 발굴을 진행하고 아버지는 지하세계의 비밀을 일정정도 파악하고 난 직후 부부싸움을 한 직후 지하실로 간 다음 행방불명이 된다.

아버지를 찾아 윌과 체스터는 아버지가 뚫은 이후 막혀 버린 것을 치우다가 지하세계로 흘러 들어가 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과 거주자를 만나게 되고 윌의 출생비밀, 거기서 만나게 된 외삼촌 탐과 동생 칼,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스틱스, 신의 이름으로 기도를 하는 모습, 사전 예고나 설명없이 전개되는 사건의 양상은 당혹스러움과 왜? 라는 물음표를 거듭 던지게 만든다.

지하세계는 멀리 트로이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중세에 마을의 귀족과 지하주민이 접촉하여 추가로 지하터널을 굴착하여 이주한 것이 윌과 체스터가 도착한 곳이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지하세계를 만들고 살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없어 스틱스와 지배층의 삶, 하층민의 삶에 대해 온전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지표에 살아가는 사람들중 지하 세계의 비밀을 안 사람들을 잡아와 하인으로 삼고 지표에도 지하세계에서 파견한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

 

신의 이름으로 심판하고 지배하는 지하 세계의 지배자들인 스틱스, 햇빛을 대용하는 구체에서 발산하는 빛, 지표면과 연결된 수많은 통로와 환기설비들, 지상의 모든 것을 지하로 옮겼지만 환경의 제약이 많아 지표에선 상상도 못할 음식을 먹고 태양광에 치명적일 정도로 약해진 사람들.. 이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사람들과 스틱스의 사악함을 눈치챈 삼촌 탐과 이마고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란 생각이다. 어느 사회나 절대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란 말은 지하세계(콜로니와 영원한 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호기심, 아버지를 찾으려는 윌과 체스터가 지하세계에서의 모험담은 계속되고 스틱스의 음모가 무엇인지도 채 밝혀지지 않은채 윌을 지하 막장으로 탈출시켜준 이마고가 후일 런던의 술집에서 윌의 여동생이자 우두머리 크로플라이의 딸인 레베카에 의해 독살당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나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터널 시리즈는 계속 출간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책을 모두 읽었으되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밝혀진 것이 결말이 나버려 아쉽긴 하지만 다음 번엔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많은 물음표들에 대한 해답이 제시될 것이란 기대감과 나름의 상상력을 덧칠하며 해석하는 나름의 즐거움을 더해 주는 책이다.

 

영화 언더그라운드 소개자료
941년 유고의 베오그라드는 독일의 침공으로 나라 전체는 혼란에 빠지고 국민들은 독일에 저항하며 전의를 불태운다. 블랙키(Petar Popara Crni: 라자르 리스토프스키 분)와 마르코(Marko: 미키 마노즐로빅 분)는 지하에서 무기를 제조 밀매하며 많은 부를 챙기나 전쟁으로 지하생활을 시작한 빨치산 가족들은 마르코와 블랙키를 전쟁 영웅으로 착각한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굳힌 블랙키는 여배우 나탈리아(Natalija: 미르야나 조코빅 분)를 강제로 데려다 결혼식을 하지만 곧 독일군 장교인 프란츠(Franz: 어른스트 스토츠너 분)에게 그녀를 빼앗긴다.

 

 평소부터 나탈리아에 흑심을 품은 마르코는 블랙키를 구출하여 지하세계에 은신시키고 나탈리아와 결혼 생활을 즐기는 한편 전쟁이 끝나고 티토 정부가 들어서자 내각에 입각하여 전쟁 영웅 대접을 받는다. 마르코는 자신의 지위를 고수하기 위해 지하세계의 블랙키를 비롯 모든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게 되고 지하세계는 점점 지상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생활 체계를 구축하며 전쟁 준비를 계속한다. 그런 생활이 지속 되던 중 침팬지의 실수로 대포가 발사되며 지상세계와 연결 통로가 생기고 이들은 진실을 깨닫게 된다. 무려 수십년만의 일이다. 한편 마르코의 동생 이반(Ivan: 스라브코 스티막 분)은 형의 농간에 의해 자기와 친구들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복수를 결심한다.

터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