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꿈을 꾸며 살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꿈을 꾸는 나라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꿈을 꾸는 나라에 살고 싶은가?

 

바보 대통령 노무현님이 서거직전까지 읽고 있었다는 제레미 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은 아메리칸 드림이란 환상을 쫓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는 책이다.

시중에 번역 출간되는 자기계발서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쓴 책이고 우리 나라의 저자들 역시 아메리칸 드림을 철칙으로 믿는 입장에 선 사람들인지라 '성공'은 각자 하기 나름이야'라는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유러피언 드림을 읽으면 뼈저리게 통감하게 된다.

물론 사회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각자 하기 나름의 전쟁에서 승리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의 모습은 과연 정상적인가를 다시한번 돌이켜 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아메리칸 드림은 성공하기 위해 개인에게 무한한 기회를 강조한다. 미국인들에게 성공이란 주로 물질적 부를 의미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물질적 출세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리스크, 다양성,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는 세계에 걸맞는 더 넓은 사회복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것은 개척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은 퀘퀘묵은 꿈으로 오래전에 폐기돼야 했다.' 12쪽

이제 미국인들중 아메리카 드림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유러피언 드림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 내의 관계를, 동화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 삶의 질을, 무제한적 발전보다 환경 보존을 염두에 둔 지속 가능한 개발을, 무자비한 노력보다 온전함을 느낄 수 있는 심오한 놀이(deep play, 완전한 몰입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희열을 느낄 수 있는 활동)를, 재산권보다 보편적 인권과 자연의 권리를, 일방적 무력 행사보다  다원적 협력을 강조한다.' 12쪽

 

미국과 유럽은 동일선상에서 출발한 쌍둥이라고 묘사한 롱산님(http://longsan.egloos.com/1528787)의 비유처럼 그들은 현재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꿈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꿈을 지향하는 나라에 살고 싶은 것인가. 지금 우리는 어떤 꿈을 쫓는 나라에 살고 있는가?

지금의 정부가 방향선회를 하면서 서민의 정부를 아무리 외친다 해도 정책의 대부분이 유러피언 드림이 아니라 아메리칸 드림을 추종하고 있고 어찌보면 그보다 경화된 드림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게 보인다.

 

유러피언 드림은 미국과 유럽의 역사를 통해 형성된 차이를 분석하고 아메리칸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의 차이와 한계, 그리고 가능성을 명약관화하게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하나의 부모 슬하에 태어난 쌍둥이처럼 닮았으면서도 크게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 성인처럼 서로의 생각이나 지향점은 상상 이상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종교박해를 피해 신천지를 찾아 떠난 청교도의 후손답게 지금까지도 유럽보다 종교에 의지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그들이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이라는 이분법으로 적대시하는 이유 역시 종교적 믿음의 또 다른 표현이다.)

광활한 땅, 무한한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아메리칸 드림은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은 누구나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고 네트워크화되어 일방적인 이익을 얻는 시대가 아니라 상호이익이 중요한 시대엔 걸맞지 않는 드림이지만 그들은 쉽게 그들의 드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붕괴 이후 유일한 패권국이란 지위, 강력한 군사력을 이용한 일방주의가 전 세계인들의 우려와 규탄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들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GDP를 이용한 미국과 유럽의 비교에서 미국이 앞선 것처럼 보이지만 GDP중에서 정책의 잘못으로 발생한 비용을 제외한다면 유럽이 미국보다 훨씬 살기 좋은 나라이다.

 

25개국의 회원국으로 구성된 EU의 가능성과 한계를 많은 사람들이 논의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들은 성공적인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평균노동시간은 더 길고 휴가도 훨씬 짧은 미국은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인다면 유럽은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방책이라고 하지만 짧은 노동시간, 긴 휴가만 보더라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살기 위해 일하는 사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최저임금을 인상은 못해줄 망정 삭감하려는 정부와 기업, 비정규직 보호법이 아니라 해고법을 통과시키려는 작금의 모습만 보더라도 우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나라에 사는 것이 확실하다.

국가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는 드림, 보편적 인권, 환경보호, 빈국에 대한 지원, 전지구인의 미래를 위해 합의한 국제법의 준수 등등의 척도만 비교해 보더라도 미국보다는 유럽이 우리가 지향하는 꿈을 꾸고 있는 사회다.

흑인의 성인중 2~30%가 교도소에 있고 실업률이 높은 나라, 40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나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빈국을 돕는 나라(빈국에 대한 지원금이 미국보다 EU 더 많다), 환경보호, 보편적 인권, 전쟁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하지도 지키지도 않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FTA와 소고기 수입 등의 경제문제에 초점을 둔 국제법을 약소국에 강요하는 그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초기 아메리칸 드림에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도록 선택받은 젊은이들의 비전과 열정이 담겨 있었지만 유러피언 드림에서는 그런 것을 찾아 볼 수 없다. 유러피언 드림에서는 신앙보다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그 목표는 주도권 차지가 아니라 한데 어우러지는 조화다. 그것은 사람들이 서로 평화롭게 살며,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개인의 변화라는 겸허한 꿈을 이룰 기회를 갖는 미래세계를 추구하는 꿈이다.' 331쪽

'아메리칸 드림은 대부분 죽음 본능에 갇혀 있다. 미국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자율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들은 과도하게 소비하며 모든 욕구를 채우려 하고, 지구의 자원을 낭비한다. 미국인들은 무제한적 경제성장을 중시하며, 강한 자에게 혜택을 주고, 약한 자에게 불리함을 준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전력투고하고, 자신이 원하고 또 원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 것을 얻기 위해 모든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일으켰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을 '선택받은 국민'으로 간주하며, 따라서 지구의 자원은 어느 누구보다 더 많이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서글프게도 미국인들의 개인적인 이익추구는 점차 순진한 이기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이 어느덧 죽음의 문화가 된것이다.' 489쪽

'유럽인들은 일하기 위해 살기보다는 살기 위해 일한다. 물론 그들의 삶에서도 일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만으로는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데 미흡하다. 유럽인들은 직업 경력보다 심오한 놀이, 사회적 자본, 사회적 결집을 중시한다.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유럽인의 95퍼센트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92퍼센트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고, 84퍼센트는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며 79퍼센트는 개인의 발전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49퍼센트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이 조사에서 제시된 여덟가지 가치 가운데 금전적 성공이p>

유러피언 드림은 유럽과 미국의 차이를 짚어보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 우리가 꿈꾸는 지구인들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메리칸 드림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약자보다는 강자를 빈자보다는 부자를 우대하고 개발독재의 망령이 부활하기라도 한듯 대운하가 국민의 반대로 세불리하게 되자 4개강 살리기로 환경보존보다는 파괴를 하겠다는 대한민국의 드림은 과연 온당한가란 ?를 던진다.

 

우리가 꾸는 꿈, 나라가 꾸는 꿈에 따라 그 나라의 모습이 결정된다. 일제강점기, 6.25, 독재정권, 민주화이후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우리 마음속엔 개발독재 시대가 우리에게 심어준 꿈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정부의 정책도 달라져야 하겠지만 우리 마음속의 대한민국형 아메리칸 드림이란 환상과 믿음을 지워야 우리도 좋은 꿈을 꾸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탐욕과 욕망을 자극하는 경제만능의 정책은 우리에게 행복한 웃음보다는 쓰디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나라를 만들 것이다.

 

유러피언 드림이 아시아에도 아프리카에도, 아메리카에도 전파되어 각기의 특수성를 반영한 새로운 드림, 인류와 자연이 공존공영하는 아름다운 꿈을 우리 모두가 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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